‘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탄생 100주년

조선일보
  • 김태훈기자
    입력 2007.02.21 23:39

    원두커피 즐긴 ‘모던 보이’ 그의 문학세계는 다양했다

    한국 현대 단편 문학의 백미인 ‘메밀꽃 필 무렵’을 쓴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이 23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그간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만 인식된 이효석 문학의 다른 면모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이효석은 35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100편 가까운 장·단편을 쏟아내며 소설문학의 다양성을 펼쳐보인 작가. 그러나 현실을 도피한 심미주의 문학 또는 일제(日帝)에 순응한 세태추종 문학을 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그동안 문학 연구의 외곽으로 밀려나 있었다.

    ▲1939년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 시절 강의실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효석.

    문예 월간지 현대문학 2월호는 ‘이효석 탄생 100주년’ 특집을 내놓았다. ‘이효석 문학과 생애’ 등의 연구서를 펴낸 바 있는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특집을 통해 이효석에게 씌워진 ‘메밀꽃…’의 토속적 이미지를 벗겨내고, 에나멜 구두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며 원두커피를 즐겼던 ‘모던 보이 이효석’을 소개했다. ‘일본인 가게의 잘 구운 빵 한 덩이를 사기 위해서 그는 십 리 길을 멀다 하지 않았으며… 원두모카커피를 퍼컬레이터로 달여 마셨고, 레몬 스카치의 향내를 맡으며 서양 고전음악에 심취하거나…서양 영화를 즐겨 보았고, 서양에서 온 가수나 무용단의 공연을 보며 넋을 잃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이효석의 작품세계를 토속적 이미지와 도회적 지향성의 합일로 해석해 주목된다. 강씨는 단편 ‘인간산문’과 ‘일요일’이 도시에 대해 극단적으로 모순된 입장을 취하는 것을 예로 들며, ‘가산은 인위적 개입이 없는 자연의 삶 속에서 평온하고 안정적인 이상향을 조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이나 자주 문명적 삶, 특히 서구적 삶의 모델에 대한 결핍감과 욕망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효석 문학은’화해의 세계가 아닌 끝없이 균열하는 모순 속에 조형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씨는 “이효석 문학에 대한 남·북한의 이데올로기적 접근도 이번 기회에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산문화재단이 5월 개최할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에서 발제를 맡은 신씨는 “남한은 민족문학의 관점에서 이효석 문학이 식민지 현실을 외면한 도피의 문학이었다고 폄하했고, 북한은 주체문학의 관점에서 가산의 초기 작품에만 의미를 부여해 왔다”며 “남녀의 동성애를 그린 장편 ‘화분’에 등장하는 애욕의 화신들이 서구 신화의 인물을 변용한 것을 밝힘으로써 이효석이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모더니즘을 추구한 작가라는 점을 부각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교수(서울대 국문과)는 “문학 연구는 ‘소설은 언어적 표현체’라는 본질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간의 소설 연구는 우리 소설의 근대성 분석 위주로 흘렀다”며 “소설미학이란 측면에서 이효석의 심미주의를 정당하게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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