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베토벤을 ‘단돈’ 7만원에 산다

조선일보
  • 김성현
    입력 2007.02.05 00:01

    클래식 ABC… 음반전집 '폭탄세일'
    CD수십장씩 묶어 5~7만원… 연주 수준도 높은편… 음반사 최근 불황 반영

    클래식 음반계에도 ‘폭탄 세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음반사 소니비엠지는 최근 베토벤의 교향곡(9곡)과 피아노 협주곡(5곡), 바이올린 소나타(10곡)와 첼로 소나타(5곡) 등 주요 곡이 모두 담긴 전집 음반(60장)을 오는 5월쯤 국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입 딱 벌어지게 합니다. 3장 가격이니, 대략 5만~7만원 수준입니다. 한정 발매반이라는 소식에 ‘풍월당’(02-512-2222)을 비롯한 클래식 음반점에는 이틀 만에 예약 주문이 100여건 가까이 몰렸습니다. 이 정도면 ‘아파트 청약 열기’가 부럽지 않습니다.

    EMI도 한 발 앞서 오는 3월쯤 베토벤·모차르트·슈베르트의 주요 작품을 각각 CD 50장 분량으로 담아 ‘컬렉터스 에디션’으로 발매할 계획입니다. 역시 가격은 작곡가별로 7만원 선이라고 합니다.

    수십 여장에 이르는 전집 음반을 값싸게 내놓는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반사들의 이번 발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심상치 않습니다. 예전에 출시됐던 ‘할인 음반’들은 저작권 만료 시한이 지났거나, 실력에 비해 유명세가 조금 떨어지는 연주자들의 음원을 담아놓은 것이었지요. 좋게 말해서 ‘종합 선물 세트’, 나쁘게 말하면 ‘짜깁기 음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니비엠지와 EMI의 전집은 메이저 음반사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정식 음원들을 ‘땡처리’에 가까울 정도로 염가에 방출한다는 점에서 무척 놀랍습니다. 이번 베토벤 전집 가운데 톤 할레 오케스트라(지휘 데이비드 진먼)의 교향곡 전곡은 그라모폰을 비롯한 음악 전문지에서도 호평 받은 음반입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은 핀커스 주커만, 첼로 소나타 전곡은 안너 빌스마의 연주라고 하니 ‘황금 라인업’이라고 해도 크게 과장은 아닙니다.

    최근 클래식 음반 업계는 많은 예산을 들여 신보를 녹음하기보다는 기존의 음원을 재가공해서 내놓는 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온라인 서비스로 인한, 전반적인 불황 탓이겠지요.

    실제 ‘빅 4’로 꼽혔던 유니버설뮤직·EMI·소니비엠지·워너뮤직 가운데 많은 음반사들이 불황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EMI는 최근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체 부서 조정을 추진해온 워너뮤직도 ‘더 이상 신보를 찍지 않는 대신 기존 음반 재발매에만 전념하겠다’는 소문에 한동안 시달렸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없이 즐거운 소식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건 음반업계의 우울한 풍경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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