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설날전통음식 '오세치'

    입력 : 2007.01.24 17:03 | 수정 : 2007.01.24 19:24

    [새내기 기자들이 전하는 '월드 리포트' ⑥]

    조선닷컴은 수습기자 20여명을 해외로 보내, 살아 움직이는 지구촌 곳곳의 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새내기 기자들이 전하는 월드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입사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젊은 기자들의 참신한 시각으로 세계의 맥박이 어떻게 뛰고 있는 지를 20여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네티즌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편집자주>

    “일본은 신정을 쇠기 때문에 설날 음식은 연말에 미리 해서 찬합에 재워두고 먹어요. 일본 설날 음식을 ‘오세치’라고 하죠”

    지난해 12월 말, 일본 도쿄 근교에 있는 작은 도시 후나바시의 한 아파트. 손님을 맞이하는 오리우치 이즈미(織 いずみ, 50) 씨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즈미 씨 가족은 매년 연말 온 가족이 모여 오세치를 준비한다.

    “설 연휴 3일 내내 먹기 때문에 간장에 조리거나 달게 절여서 오래 보관하게 만들어요.” 많은 음식을 조려서 찬합에 넣어 3단, 4단으로 쌓아 놓고 매 끼니마다 꺼내 먹는다. 오세치에 들어가는 수십 가지 음식을 한 입 크기로 덜어내며 이즈미 씨는 오세치 자랑을 시작한다.

    ◆ 오세치 이야기

    “오세치는 오세치쿠(御節供)라는 말에서 왔어요.” 오세치가 설날 음식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에도시대(1603-1867) 말기로 약 200년 정도 됐다. 오세치쿠는 원래 궁중용어였는데 백화점 등에서 주문판매를 시작하면서 궁중의 고급이미지를 차용, 오세치라는 말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양력 1월 1일부터 3일까지 설 명절 동안은 모든 사람이 쉰다. 이 기간 동안 먹는 음식이 오세치다.

    주바코(重箱)라고 하는 칠기 찬합에 보존기간이 길도록 조리된 음식을 넣어둔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이즈미 씨는 “부엌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월 동안이라도 편히 쉬시라는 의미도 있고, 평소 부엌일로 바쁜 주부들도 정월 기간만큼은 식사준비에서 해방되게 배려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집의 자랑은 구리킨돈(栗きんとん)과 다타키고보오(たたきごぼう)에요. 어머니가 맛있게 하세요.” 이즈미씨의 딸 아즈사(26)씨가 말을 꺼낸다. ‘구리킨돈’은 예전 한국 철도여행 때 먹던 밤마론과 비슷한 요리로, 설탕으로 조린 밤을 으깬 고구마와 함께 넣어 먹는 것이다. 밤은 재물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타키고보오’는 우엉조림으로 풍년을 기원한다. 히노데타마고(日の出卵)라고 하는 계란닭고기말이는 새해 첫 해돋이를, 거북이를 상징하는 가메(かめ)라는 오징어조림은 장수를 의미하는 등 오세치의 여러 음식에는 새해를 맞는 여러 의미가 부여돼 있다.



    height="345" name="V000021087" wmode="transparent"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오세치 요리에는 일본인들의 해학도 묻어난다. “구로마메(くろまめ, 검은콩조림)는 ‘마메마메시쿠’라는 말에서 왔어요. 일종의 말장난이죠.” 이즈미 씨가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마메마메시쿠(まめまめしく)’는 ‘부지런히’라는 말이다. 다시마로 연어살을 돌돌말아 만든 고부마키(こぶまき)는 ‘요로코부(よろこぶ, 기뻐하다)’에서 온 말로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으라는 의미다.

    오세치에 들어가는 갖가지 요리들에 대해 설명이 끝나갈 때쯤 아즈사 씨가 오조니를 완성해왔다. 오조니는 떡국과 비슷한 요리다. 쇠고기 국물에 가쓰오부시(다랑어)를 넣어 담백하게 만든 국물이 일품이다.

    “오조니에는 모치(餠·찹쌀떡)를 구워서 넣어요.” 오븐에서 모치를 꺼내며 아즈사 씨가 설명한다. 식탁에는 ‘壽’라는 글자가 써 있는 봉투에 야나기바시(柳著)라는 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양쪽 모두 쓸 수 있는 젓가락으로 한쪽으로 음식을 먹으면 나머지 쪽으로는 조상님이 함께 먹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색감이 화려한 오세치 상이 차려지니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인들의 말이 실감나기도 했다.


    ◆ 백화점에서 오세치 구입하는 가정 늘어

    요즘엔 가정에서 직접 오세치를 만들기보다는 백화점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의 한 백화점은 지난해12월 한 달 동안 작년보다 5% 증가한 4만여 세트의 오세치를 주문 받았다고 했다. 이 백화점은 12월 29일부터 560여 명의 인원을 동원, 2만2000여 세트에 달하는 오세치 포장에 들어갔다.

    도쿄 시내를 걷다보면 오세치 세트를 주문받는 편의점 안내광고판도 쉽게 볼 수 있다. 도쿄 신주쿠의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일하는 유코 네모토(ゆぅこ 根本, 22)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세치 음식이 구식이라고 많이 찾지 않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는 오세치를 준비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고요. 백화점 주문도 해마다 늘고 있지요”라고 했다.

    가격대는 편의점 주문으로 싸게는 2980 엔부터 백화점에서 비싸게는 10만 엔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신주쿠의 한 백화점의 경우 2~3만 엔 정도의 2단 오세치가 가장 잘 팔린다고 한다. 도쿄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의 오세치 홍보 담당자 모리 요시타케(森 義武) 씨는 “오세치는 단순한 도시락(lunch-box)이 아니라 일본 전통이 담겨있는 요리”라고 말했다. 

    • 보도자료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