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랑하는 스포츠 용품 ①삼익스포츠 활

조선일보
  • 성진혁기자
    입력 2007.01.19 08:36

    세계양궁 '톱10'중 8명이 쏜다
    날개 부분 열처리 접착기술은 세계 독보적
    "美경쟁사, 10만번 테스트했는데도 멀쩡"
    이봉재 사장 "소량·고품질·高價로 차별화"

    삼익스포츠 이봉재 사장이 선수용 활을 당겨보고 있다. 이 사장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배 객원기자

    명궁(名弓)이 명궁(名弓)을 만든다. 삼익스포츠 이봉재(54) 사장에겐 사람보다 활이 먼저다. “명마가 명기수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 선수의 몸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활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양궁 2관왕인 임동현(한체대)과 박성현(전북도청)을 비롯, 우리 대표 선수 대부분이 삼익 제품을 썼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땐 삼익의 활이 금메달 네 개를 다 쐈다. 한국 궁사 외에 남자 개인전 챔피언 마르코 갈리아조(이탈리아)까지 포함해서다. 현재 세계랭킹 1~5위 남녀 선수 10명 중 8명이 삼익 활을 쓴다.

    박성현(도하 아시안게임 2관왕)이 쓰는 삼익활의 '날개'는 날씨에 따른 탄성 변화가 적어 화살이 날아가는 각도와 속도가 일정하다. 채승우 기자

    활의 품질은 시위를 당길 때 일차적으로 힘을 받는 ‘날개(Limb)’ 한 쌍이 크게 좌우한다. 한 쌍에 50만원 선으로, 풀 세트 비용(300만원)의 15% 안팎을 차지한다. 이 사장은 날개를 ‘활의 엔진’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한 경쟁업체가 우리 날개를 가져다 테스트했다는데, 10만 번까지 괜찮았답니다.” 다양한 탄소 섬유 등을 여섯 겹으로 얇게 붙여 날개의 탄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은 독보적이라고 자부한다. 접착 과정의 열처리도 강조한다. 섭씨 75도를 자동 유지하는 건조실에서 8~10시간을 굽는다. ‘밥 뜸들이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밑바탕. 에폭시 접착제의 비율, 가열 정도, 카본 가루 등 첨가물에 대한 노하우도 남다르다. “같은 재료를 써도 설렁탕의 맛이 다르지 않으냐”는 설명이었다.

    이 사장은 군대에서 전역한 뒤 지인의 양복점 운영을 돕다 점포를 인수했고, 이후 삼익 피아노 부품업체를 운영하다 1990년부터 삼익이 운영하던 활 사업을 맡았다. 1998년 무렵부터는 선수용 활에 눈을 돌렸다. 응용 소재 분야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주고, 직접 전문서적을 공부해 가며 제품을 구상했다. 부품을 가공하는 기계도 그때그때 고안했다. 이 사장은 “정밀한 부품과 소재가 필요하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큰 회사에 하청을 줘야 한다”고 웃었다.

    사냥·레저용 활과 화살, 각종 액세서리를 포함한 전 세계 양궁 시장 규모는 5억 달러. 그중 올림픽라운드 경기용 리커브(Recurve) 활 부문은 연간 600여만 달러 정도로 미미하다. 미국의 호이트가 85%, 한국의 윈앤윈(10%)과 삼익(5%)이 나머지를 차지하는 ‘3사 구도’다.

    삼익의 경우 연간 매출액 38억여 원 중에서 리커브 활 매출은 4억원이 채 안 된다. 국가대표급 양궁 선수들이 쓰는 활 하나를 개발하는 데 연구·디자인·금형 등으로 5억~10억원이 드니 ‘투자 가치’는 적은 셈. 하지만 주력 상품인 레저용 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선수용 활 제작이 필수적이다. 김포시 감정동의 400평 남짓한 2층짜리 공장에서 직원 12명이 ‘맞춤형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수작업 위주의 소량·고품질·고가(高價) 리커브 활로 차별화한다는 전략. 올해 매출액 100만 달러가 목표다.

    이 사장은 “양복 맞춤하듯 선수들의 요구를 쫓아간다”고 말했다. 장용호(예천군청)는 시위를 당기는 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강한 힘이 드는 활을 쓰고, 박경모(계양구청)는 시위를 약간 몸 쪽으로 비틀어 당기는 스타일이라 날개의 ‘중심’을 반대쪽으로 틀어야 한다. 이 사장은 “우수한 선수는 소리만 들어도 활 상태를 안다. 최근 1년 반 동안 실전 테스트를 끝낸 새 제품을 다음달 시장에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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