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움직인 ‘서울대 돈키호테’

조선일보
  • 최재혁기자
    입력 2007.01.13 00:15 | 수정 2007.01.13 20:21

    김승조 교수, 일면식도 없는 발머 사장에 편지
    윈도 운영체제 수퍼 컴퓨터 연구비 지원 받아

    김승조 교수
    2002년 2월, 서울대 공대 김승조(金承祚·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세계 최대 컴퓨터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사장에게 국제소포를 발송했다. 편지 한 통과 각종 자료들이었다. “일반 PC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수퍼컴퓨터를 개발했다. 이번에는 MS사의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수퍼컴퓨터를 개발하려 하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보낸 것이다.

    일주일 만에 발머 사장의 비서실에서 “곧 연락이 갈 것”이라는 이메일이 왔다. 이어 수차례 MS 담당자들과 국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이 열렸고, 김 교수는 열심히 기술을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 6개월 뒤 MS 코리아가 1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인텔과 삼성전자도 억대의 부품을 댔다. ‘연산처리 속도에 있어서 세계 56위’라는 인증서를 받은 강력한 수퍼컴퓨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컴퓨터를 활용해 김 교수는 2004년 항공기 등의 구조안전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무료 배포했다. 하지만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다른 프로그램 때문에 호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난관에 부딪히자 김 교수는 MS의 토니 헤이(Tony Hey) 고성능 컴퓨터 담당 부사장을 연구실로 초청했다. 작년 11월 한국에 온 헤이 부사장은 이 프로그램을 보완, 고성능 컴퓨터용 윈도 운영체제에 장착시키기로 구두 합의했다. 3년간 연구비와 그래픽 기술을 무상 제공하는 조건이며 15일 서울대에서 공식 협약식이 열릴 예정이다.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일이 여기까지 발전한 데 대해 김 교수는 “살다 보면 제정신이 아닌 행동도 필요하고 또 그것이 기대치 않았던 성과도 낳는다”며 웃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