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는 자기가 모르는 역사는 말하지 말아야”

입력 2006.12.18 00:23 | 수정 2007.03.29 17:16

‘로마인 이야기’ 15권 완간한 시오노 나나미
종교·취향·음식 달라도 모든 인종이 공존하던 로마세계 쓰고 싶었다
매년 한권씩 15년 대장정 병이라도 발견될까봐 의사는 일부러 안만나

▲ 시오노 나나미 작가

“로마에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같은 개인적인 유적이 없다. 지도자가 업적을 남기고 싶을 땐 대중에게 필요한 공공건물을 기증했다. 그게 회당과 신전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굉장하지만 한 사람만 위한 것이다. 로마인들은 모든 사람이 살아 생전에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었다. 나는 이런 민족이 좋다. 지도자는 대중을 위해 일해야지 자기 배를 채워서는 안 된다.”

한·일 양국에 로마사 바람을 불러일으킨 시오노 나나미69)씨가 지난주 ‘로마인 이야기’를 15권으로 완간하고, 16일 한국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1992년부터 매년 한 권씩 나온 이 책은 끝 권이 ‘로마세계의 종언’이다.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200만부(문고판은 550만부), 한국에서 200만부 이상 팔렸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인종이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교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음식도 다른 그런 사람들이 로마세계 안에서 같이 모여서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 현재 우리는 21세기가 됐지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서로를 위협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로마인 이야기’를 끝낸 소감은?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책이 나올 때마다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은 15년 분의 인터뷰를 하는 셈이다. 이제서야 방학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로마인 이야기’를 7세기에서 끝낸 이유는 국가의 종말이 아니라 문명의 종말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나라의 역사가 아니라 문명의 역사를 썼다.”

 ―로마가 패권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기들 로마인들이 다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뛰어나면 그 사람에게 맡겼다.”

 ―한·중·일 세 나라는 독도문제, 북핵문제, 역사전쟁 등 대립하고 있다. 로마의 역사에서 해법을 찾는다면?

“원래 옆 나라하고는 잘 되는 일이 없다. 잘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전쟁만 나지 않으면 잘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은 생각이 달라도 공유할 수 있지만 역사에 대한 인식은 공유할 수 없다. 독도 문제를 예로 들면, 일본에선 다케시마의 역사는 이렇다고 쓰고, 한국은 독도의 역사는 이렇다고 쓸 것이다. 두 가지의 시선, 두 권의 책을 만들면 된다. 종교적 열광과 내셔널리즘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타협점을 찾으면 독도문제는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이 사이가 나쁘면 좋아하는 것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 좋으라고 서로가 이렇게 으르렁거려서야 되겠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현제(賢帝)임에도 불구하고 쇠퇴의 조짐을 보였다고 썼는데, 유능한 지도자와 국가의 흥망은 비례관계에 있나?

 “마키아벨리가 이렇게 말했다. 리더에게 필요한 세 가지의 요건이 있다. 하나는 비르투, 즉 능력이다. 두 번째는 포르투나, 즉 운이다. 세 번째는 그 리더가 시대에 맞는지 안 맞는지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태어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로마 시대와 비교할 때 최근 미국의 대외 정책은 어떤가?

“팍스 아메리카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각오도 의지도 없다. ‘헤게모니’와 ‘팍스’는 다른 것이다.”

―강력한 지도력은 강력한 권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카이사르 같은 지도자 상이 현대 민주국가에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정치제도가 옛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한국처럼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선 불가능하다.”

―정치가들이 역사를 입에 올리기도 한다. 역사와 정치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가는 정치를 하면 된다. 자기들이 모르는 것은 말하지 않으면 된다. 정치가들이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 게 좋다.”

시오노 씨는 “지금도 손으로 원고지를 쓴다”고 했다. ‘로마인 이야기’ 열다섯 권은 모두 400자 원고지로 1만500장 분량이다. 로마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책 출간을 위해 최근 일본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혹시 병이 발견될까 봐(그래서 집필을 중단하게 될까 봐) 의사를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시오노 씨는 “독도 발언으로 한국에서 불매 운동 일어나면 어떡하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국어판은 내달 말에 나온다.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63년 가큐슈인(學習院) 대학을 졸업한 그는 독신으로 이탈리아로 건너가 지금까지 로마에서 살고 있다. 일본을 떠난 이유는 당시 성행했던 학생운동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 그녀는 철저한 자료수집과 현지답사로 유명하다. 30년간 로마와 르네상스 시대를 독학한 그녀는 “가보지 않은 땅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로마인 이야기’ 외에도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바다의 도시 이야기’ ‘마키아벨리 어록’ 등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며 한국에서도 ‘시오노 열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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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이야기 시오노나나미 일본 도쿄 인터뷰 로마인 이야기를 완간한 시오노 나나미를 16일 오후 일본 도쿄 상공회의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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