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밝혀졌으니 편히 잠들길…” 이승복 38주기 추모식

조선일보
  • 권상은
    입력 2006.12.11 01:01 | 수정 2006.12.11 02:34

    예비역 영관장교들 이승복 38주기 추모식
    교과서·동상 원상회복 돼야

    “벌써 38년이 흘렀네. 살았더라면 나이 쉰을 바라볼 텐데….”

    눈이 소복이 덮인 묘소에서 70대 노인이 혼잣말을 했다. 지난 9일 낮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이승복기념관에 손님 40여명이 찾아왔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아홉 살 나이에 참혹하게 살해당한 이승복군의 기일(忌日). 이 무참히 살해된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육·해·공·해병대 예비역 영관장교연합회 회원들이 모였다. 8년 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산비탈 묘소로 가는 길은 눈 때문에 미끄러웠다. 최고령 86세, 가장 나이가 적은 이도 68세인 노병(老兵)들은 힘겹게 올라갔다. 묘소 아래 기념비를 읽던 노인은 “태어난 날과 죽은 날이 12월 9일로 똑같네”라며 “어릴 때 죽은 아들 무덤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이승복군은 함께 참변당한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과 나란히 잠들어 있다. 회원들은 1999년 이후 기일마다 기념관에 온다.

    육·해·공군·해병대 영관장교 연합회 회원들이 9일 이승복군 38주기를 맞아 묘소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권상은기자

    권오강(69) 회장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다 입이 찢겨 살해당한 이승복 사건이 조작이라는 억지 주장이 퍼지면서 어린 아이 죽음까지 왜곡되는 것이 참을 수 없어 뜻을 모았다”고 했다. 또 “올해 추모제는 이승복 사건이 역사적 사실임이 확인된 직후여서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이승복 사건에 대한 당시의 조선일보 보도가 ‘작문’(作文)이라고 주장해온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14년이나 왜곡 시비에 시달려온 이승복 사건이 진실로 결론 난 것.

    이날 추모 행사에는 이승복군의 형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참상을 증언했던 이학관(51)씨 부부도 참석했다. 회원들은 봉분과 상석의 눈을 치우고 추모제를 올렸다. 헌화와 분향에 이어 추도사가 낭독됐다.

    “그동안 혼돈을 야기했던 일들이 진실로 돌아온 뒤 첫 번째 맞이하는 뜻 깊은 오늘, 이젠 모든 것을 잊으시고 안심하고 편히 잠드소서.” 권 회장은 “이제 이승복군의 명예가 회복됐으니 없앤 동상들도 다시 세우고, 교과서에도 재수록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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