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父情) 위의 부정

조선일보
  • 박민선
    입력 2006.12.09 00:37 | 수정 2006.12.09 05:38

    제임스 김 아버지, 아들 찾으려 인공위성 옮기고 민간헬기 동원

    “제임스 김의 아버지가 보여준 자식 사랑을 존경합니다.”

    미국 오리건주 산악지대에서 실종된 뒤 가족들을 위해 혼자 구조 요청에 나섰다 사망한 제임스 김(35)씨.(조선일보 12월 6일자 A10면·8일자 A9면) 그에 대한 구조작업을 펼쳤던 마이크 윈터스(Winters) 보안관이 제임스의 아버지 스펜서(Spencer) 김씨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국 오리건주 남서부 산악지대에서 사망한 제임스 김의 아버지 스펜서 김씨(왼쪽)가 지난 4일 극적으로 구조된 며느리 캐티의 얘기를 듣고 있다/AP

    윈터스 보안관은 “스펜서 김이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아들은)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 때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우주항공 관련 회사 CEO인 스펜서 김씨는 아들 가족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듣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오리건 경찰국 그렉 헤이스팅스 공보관은 7일 “스펜서 김이 위성회사와 접촉해 그 회사의 인공위성을 조난지역 상공으로 이동시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색지역의 위성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서였다. 그의 노력으로 움직인 위성은 군사지도 제작용 위성으로 680㎞ 상공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스펜서 김씨는 또 아들 가족의 수색작업을 위해 민간 헬리콥터 3대를 고용했다. 따뜻한 옷가지와 음식, 조명탄 등이 든 인명구조용 행낭 18개를 조난 추정지역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스펜서 김씨는 혹한과 폭설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대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매달렸다.

    결국 지난 4일 오후 스펜서 김씨가 고용한 헬기가 며느리 캐티(30)와 두 손녀 페넬로페(4), 새빈(7개월)을 찾아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와 손녀들을 꼭 끌어안았다. 제임스가 보여준 살신(殺身)의 부정(父情)은 아버지의 부정(父情)으로부터 물려받은 셈이다.

    스펜서 김씨는 한미연합회 이사장과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를 지내 한인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다. 제임스 김씨의 부검 결과 사인(死因)은 장시간 추위 노출로 인한 저체온증으로 밝혀졌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김씨가 16㎞나 눈밭을 헤맨 것은 ‘초인(superhuman)’적인 가족 사랑 덕택이었다고 미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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