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여, 실력보다 매력을 지향하라

      입력 : 2006.12.01 21:25 | 수정 : 2006.12.01 21:25

      네트워크 지식국가
      하영선·김상배 엮음 | 을유문화사 | 552쪽 | 1만8000원

      네트워크 지식국가
      대단히, 어쩌면 너무 큰 이야기들을 대단히, 어쩌면 너무 많이 담고 있는 책이다. ‘네트워크’‘지식’‘지식국가’‘21세기’‘세계정치’‘변환’ 등 이 책의 제목과 부제를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큰 이야기 들이다. 게다가 이 책의 필자들은 이 많은 큰 이야기들로 더욱 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도 해냈으니 대단하다.

      이 책이 그리고자 하는 큰 이야기는 이렇다. 21세기 세계정치는 이중(二重) 변환의 와중에 있다. 그와 같은 변환은 우리나라에게도 변환을 요구하고 있다. 19세기말 부강(富强)국가로의 변환에 비견할 만하다. 지난번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결과 우리나라는 주권을 상실하고 역사의 뒷전에 머물렀었다. 지금 요구 받는 것은 네트워크 지식국가로의 변환이다.
      세계정치의 이중 변환 중 첫째는 자생적 흐름이다. 무엇보다 기술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인간 활동의 폭과 범위, 내용이 변화하고 있다. 행동의 단위인 국가의 성격이 변하고 국가의 활동영역도 전통적인 군사안보에서, 경제·문화·생태환경으로 확대됐다. 이중 변환의 둘째는 세계정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나라, 미국의 변환이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하고 있는 군사변환과 변환외교가 그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자생적 변환이든 미국이 추구하는 변환이든 가장 큰 특징은 ‘네트워크’와 ‘지식’이다. 네트워크는 거미줄과 같은 ‘그물망’이다.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점거하고 그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파격적인 장치다. 무역·금융·생산 등 경제활동은 국가 단위를 넘어 지구적 차원의 네트워크로 재편된 지 오래다. 미국이 추진하는 군사적 변환의 요체도 네트워크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군사기지들을 네트워크로 묶고 동맹국들도 네트워크로 묶는다. 지식은 체계적으로 정리된 정보다. 근대 부국강병 국가는 19세기말 이후 새로운 변모를 거치면서 과거 어떠한 유형의 국가보다 효율적인 지배체계를 구축했다. 지식의 생산을 거의 독점하는 동시에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지식국가다.

      국가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함에 있어 인터넷 혁명으로 대표되는 정보화는 획기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그에 따라 등장한 것이 네트워크 지식국가이다.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등장은 첫째, 정부간 네트워크, 둘째, 국가간의 통합, 그리고 셋째, 국제기구나 초국적(超國的) 민간단체 등 비국가단체들을 포괄하는 복합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세계정치를 변환시키고 있다.

      물론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등장은 부분적 현상이고 국가간 편차는 매우 크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 세계정치의 모습인 만큼 한국의 국가전략에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부강국가의 국가자원은 군사력과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 즉 ‘실력’(實力)이었다. 하지만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국가자원에는 지식의 생산과 활용, 그리고 무엇보다 지식의 표준을 설정하고 담론을 통제하는 소프트파워, 즉 ‘매력’(魅力)이 중요한 국가자원이 됐다. 실력이 떨어지는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이 지향해야 할 점이다.

      16장 550쪽에 이르는 이 책의 문제점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개별 장들은 많은 지식을 담고 있으니 읽어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전체로서 그리는 그림은 아직 추상적이다. 불국사 다보탑에 비유한 미래 국가의 상이 독자들의 가슴에 얼마나 와 닿을지 모르겠다.

      따라서 국가전략이라는 실천적 목적을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사회역량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다수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보다 매력적인 그림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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