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스위스 계좌 뒤지지마!"

입력 2006.11.27 11:11 | 수정 2006.11.27 11:13

- 영국 SFO, BAE의 사우디 왕실에 대한 뇌물제공 조사중
- 사우디 왕실, 더 조사하면 유로파이터 구매 취소 압박

“우리 왕실 스위스 계좌를 뒤지면, 전투기 도입계약 취소해버리겠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영국의 중대비리조사청(SFO: Serious Fraud Office) 조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SFO가 영국 방산업체인 BAE의 뇌물살포 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왕실의 스위스 계좌까지 들추려하자, 사우디가 유로파이터(첫번째 사진) 구매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인 유로파이터는 영국 최대 방산업체인 BAE가 독일과 스페인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이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 쪽은 영국의 SFO가 조사의 칼날을 조금만 더 깊게 드리울 경우 유로파이터 구매계약을 취소하고 프랑스의 라팔(두번째 사진) 전투기를 사들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대처 시절의 뒷거래


SFO가 현재 뒤지고 있는 혐의는 BAE가 사우디 정부의 무기도입 책임자와 왕실 사람들을 상대로 1990년대 벌인 호화 로비이다.



대처 정권시절인 당시 BAE는 사우디가 토네이도 전폭기(세번째 사진)를 구입하도록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구매 책임자들에게 호화 유럽여행과 최고급 `금장` 자동차인 롤스로이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토네이도 거래건은 사우디-영국의 정부간 거래이기는 했지만, 협상과 가격조율 등은 모두 BAE가 나서 주관·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 왕실이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비밀계좌에 뭉칫돈이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FO는 3년전 이 의혹을 조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 왕실은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드러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남의 비극은 내 행복?..어부지리 노리는 프랑스


영국과 사우디가 SFO 조사로 갈등을 빚자, 프랑스가 아주 잽싸게 움직이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사우디가 유로파이터 구매계약을 파기할 경우, 라팔을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팔은 영국과 독일 주도 컨소시엄에서 탈퇴해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했지만, 한국 등의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기종이다.





프랑스의 자크 시락 대통령은 라팔을 사우디에 팔기 위해 제작사인 닷소의 판촉사원을 자임하고 나섰다. 사우디 방문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라팔을 세일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지난 2분기에 유로파이터 72대를 76억파운드를 주고 매입하기로 BAE와 계약을 맺었다. 이는 문제가 된 토네이도 전투기 대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토네이도는 대지공격을 주임무로 하는 전투폭격기이다.


사우디는 미국제 전투기인 F-15S를 주축으로, 영국제 토네이도 등 다양한 첨단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나라로, 영국과 미국, 유럽의 방산업체 최고 고객 가운데 하나이다.


유로파이터의 사우디 수출은 영국의 최근 50년 사이에 단일 품목으로선 최대 수출이 될 전망이어서, 토니 블레어 정부가 `사법적 정의`와 `경제적 이익` 사이에 어느쪽을 선택할지 관심이다.

(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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