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가수들 멋있죠. 무대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대단해요. 하지만 한국에 댄스가수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처럼 노래 하나로 승부를 거는 가수도 있다는 걸 일본 팬들이 먼저 알아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지난 해 40여만장 앨범(2집) 판매고를 올리며 최고 인기 가수로 등극한 남성 3인조 보컬그룹 SG워너비. 올해 초 발표한 3집 'The 3rd masterpiece'도 30만장 이상 팔려나가며 2년 연속 '가수왕' 등극이 유력하다.
그들의 돌풍이 한국을 넘어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일본 열도로 옮겨가고 있다. 음반이 일본에서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자생적으로 팬층이 생겨나고 있는 것. 한국 공연에 매회 100여명씩 원정 응원을 오고 있는 SG워너비 팬들은 일본 전역에 10만여명쯤으로 추산된다. SG워너비가 일본 대표 가수가 공연하는 도쿄 NHK홀에서 12일 1만여명 관객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펼치게 된 것도 그런 자발적 호응 때문이다.
팀의 맏형 채동하(25)는 "한국에 놀러오거나 한국 연예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를 알게 된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인터넷 팬카페에 '한국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라고 소개해주는 분이 많아 민망하기도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국내 공연 때, 일본 팬을 따로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다들 한국 말을 자연스럽게 하셔서 고마워요. '사인 해주세요',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죠. 하여튼 일본 전통과자와 술은 엄청 받고 있어요."(김용준·22)
이들 공연의 입장권은 한 달 전 이미 매진됐다. "본격 일본 진출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 묻자, 조심스러운 반응. 김진호(20)는 "일본 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 공연의 이모저모를 다 알고 있는데 그만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너무 '오버'해도 역효과가 날 것 같아요. 아직 한국에서도 갈 길이 먼 데…."
청바지에 면 티셔츠. 검박한 차림새의 이들의 말투와 태도는 아무리 봐도 '스타'와 거리가 멀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지친다"고 투덜거리다가 간식 메뉴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세 청년의 모습은 말썽 많은 고교생을 연상시킨다.
"데뷔한 지 3년 됐는데 쉬었던 날이 채 일주일이 안돼요. 전국을 돌며 하루 평균 8번씩 노래를 불렀죠. 이제 무대를 골라가며 노래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몸이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관객들이 박수 치며 열심히 노래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 전율 때문에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되요."(채동하)
노래 사이사이 "워우워우~"하는 '추임새'를 집어넣어 '소몰이 창법'이라 놀림도 받는 이들. 하지만 김진호는 "실제 황소 앞에서 노래 불러본 적이 있는데 소가 미동도 않았다. 동의할 수 없다"며 웃는다. 그리고 보니, 부쩍 핼쑥해진 그의 얼굴. 최근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10㎏을 감량했다. 데뷔 전, 88㎏이었던 그는 지속적인 감량에 돌입, 현재 59㎏. "무대에서 좀 더 자신감을 찾게 됐어요. 물론 풍성한 목청은 '살'에서 나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스타일이 좀 바뀌기도 했죠."
이달 중순에는 SG워너비의 기존 히트곡과 새 노래 3곡을 묶은 앨범이 나온다. 90년대의 '디바' 장혜진, '버즈'의 민경훈과 SG워너비가 호흡을 맞춘 신곡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에 대중의 관심은 집중된다. 채동하는 "장혜진 선배의 노래를 들으며 무수한 소름이 돋았다. 노래에 세심하게 감정을 섞는 진심 어린 창법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하는 가수지만, 나중에는 스티비 원더처럼 후배 가수들의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게 세 사람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