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돈줄 차단 필요… 금강산·개성 심각히 고려해야”

조선일보
입력 2006.10.31 00:31 | 수정 2006.10.31 00:31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인터뷰
“美, 북핵위해 협력할 것… 韓·日 핵무장 있어선 안돼
확장된 억지력이란 기존의 핵우산을 강조한 것일 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30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속여부에 대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자원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한국의 진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엔 제재위원회가 앞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관련이 있는 개인 및 기관의 명단을 제시하면, 한국정부는 그 지침에 따라 어떤 거래를 중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문답 요약.

―한국정부는 최근 개성·금강산 사업 지속에 대해 “유엔 결의안 어디에도 북한과 관련된 일반적인 상거래를 중단하라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유엔 결의는 일반 상거래냐 정부가 관련된 거래냐가 아니라, 그 거래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도 개성·금강산 사업이 남북한관계에서 갖는 중요성과 북한에 자유시장경제를 도입시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핵심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들어가는 자본의 흐름을 어떻게 차단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는 개성·금강산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간 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인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인데.

“북한은 고도로 중앙집권적이고 노동당이 지배하는 경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부문이라는 구분도 어렵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이러한 측면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최근 연설에서 한국정부가 새로운 입장에서 개성·금강산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 이유는.

“유엔 결의란 임의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다. 그런데도 유엔 결의를 미국의 음모쯤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수품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와 사치품 등을 통제함으로써 이미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뜻이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한국은 북한 핵실험 이후 변화한 현실 속에서 남북관계 등모든 문제를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조인원기자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은 한반도 주변에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이 실행될 경우 무력충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PSI참여 정도는 각 참가국이 국익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도 이미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선박에 대한 검색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사정이 이렇게 다르므로 각자 알아서 참여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북핵이 기정사실화됐을 때 한국의 핵무장도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란다. 한·미·일은 북한의 핵위협을 막기 위해 협력할 것이다. 최근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핵무장은 논의대상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도 있나?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확장된 억지력이 있지 않은가.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된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기존 핵우산에서 진일보된 것이라고 했다. 확장된 억지력은 ‘핵우산’과는 다른 것인가.

“기존의 핵우산을 강조한 것이지 강화한 것이 아니다. ‘확장 억지력’은 한국이 공격받으면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기존의 한국안보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 것일 뿐 달라진 내용은 없다.”

―북한이 파키스탄이나 인도처럼 일단 제재를 당하지만 결국은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길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핵물질을 테러범들에게 팔지 않는다면 미국이 핵보유를 묵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인데.

“그런 일은 없다. 사실상 핵국가든, 공인받는 핵국가든 미국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외교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것을 강조하겠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는 ‘핵보유’는 되고, ‘이전’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핵보유와 이전을 막는 것은 미국 대북정책 목표에서 최우선 과제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이 이달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에서 6자회담에 참가하면 금융제재를 풀어줄 것인지 여부를 타진했다고 한다. 북한이 이용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수사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BDA 기록이 워낙 부실해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아직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런 조건 없이 6자회담으로 돌아온다면 미국은 북한과 양자대화를 하고 BDA 문제뿐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자세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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