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해트트릭’

조선일보
입력 2006.10.30 00:16 | 수정 2006.10.30 00:16

올해 ‘시 문학상 3관왕’ 고형렬 시인
“늦게 받은 상 毒이 되지 않기를…”

“있는지 없는지 모를, 밤 11시 같은 시인”(고은 시인의 인물평)이라는 중견 시인 고형렬(52)씨가 올해 시 부문 문학상 3관왕에 오르며 남다른 가을을 보내고 있다.

고형렬 시인은 최근 제8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시 문학상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지난 7월 불교 문학상인 ‘일연 문학상’ 2회 수상자로 선정됐던 그는 이달 초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나이 40을 넘어서도 문학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늦게 받은 상이 시 쓰는데 독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겠다”며 겸손하게 기쁨을 표현했다.

고 시인에게 연이은 수상의 영광을 선사한 작품은 지난 3월 출간한 시집 ‘밤 미시령’(창비)이다. 백석문학상 심사위원회(백낙청 황현산 이시영)는 이 시집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화법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갱신해 온 부단한 정진의 정점에 선 시집”이라고 평했다. 고요하고 담담한 언어로 기억되던 그의 시 세계를 “씩씩한 활력의 언어”라고 새로 규정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고 시인은 1979년 월간 현대문학에 ‘장자’ 등이 추천되며 등단했다. 그는 “나이 50을 넘기니 중견시인이 되었다는 중압감이 느껴졌다”며 “세상을 조화보다는 불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그리되, 원효의 말처럼 같음 속에서 다름(同中異)을 느끼고, 그 다름에서 역설적으로 세상의 조화를 찾아내는 시를 새로이 쓰려 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자랐다. 그의 고향은 언제나 시를 적시는 우물이 돼왔다. ‘험한 설악산이 단풍 들고 맑고 깨끗해지면/ 바다에서 연어들이 돌아온다/…/ 내 맘 설악산은/ 이곳에서 다 살다 더 누추해야 돌아갈 곳/…’(‘단풍 연어 매만지면서’ 중)

시집의 제목으로 쓰인 시 ‘밤 미시령’은 지난 2001년 이성선 시인이 타계했을 때 문상 가며 썼다. 그는 “시인의 몸이 떠나면 남는 것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생전의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명태 덕장을 떠올릴 때면 그는 죽어 없어질 몸보다는 영원히 남을 시에 자신을 의탁할 때도 있었다. 고 시인은 “상을 받으니 혼자 몰래 한 결심을 들킨 것 같아 쑥스럽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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