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핵우산’ 갖고 말장난

    입력 : 2006.10.18 00:09 | 수정 : 2006.10.18 00:09

    작년 SCM서 美에 “핵우산 단어 제거하자”
    美가 거부하자 “억지용 핵우산이라 부르자”
    美 “용어가 뭐 중요하냐”… 정부 결국 철회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공동합의문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조항을 삭제하려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

    당시 SCM은 10월10일 열렸다. 그 전인 9월말 한·미간 구두협의가 먼저 있었다. 그 첫번째 구두 협의에서 정부는 “SCM 성명에서 핵우산 단어를 제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미국측에 제의했다. 한·미는 매년 SCM이 열릴 때마다 공동성명을 내왔고 그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왔다. 미국측은 핵우산 단어 제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두번째 구두협의에서 정부는 ‘핵우산’ 표현을 ‘방어용 핵우산’ 또는 ‘억지용 핵우산’이라고 바꾸자고 미국에 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용어가 뭐가 중요하냐. 본질이 중요하다. 앞에 뭐가 붙든 핵우산을 받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세번째 구두 협의에서 정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철회했고, 공동성명에는 핵우산 단어가 그대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측에 구두로 타진한 것일 뿐 핵우산을 삭제한 초안이 오가거나 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의 논의과정을 바탕에 두고, 그 중의 하나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부 입장이었다는 얘기다.

    ◆왜 그랬나

    당시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됐고, 정부는 이를 큰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에 반발하면서 정부내에선 불안감도 교차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핵 선제공격 대상에 넣고 있다는 반발을 계속하고 있었다.

    당시 핵우산 단어를 빼려 한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9·19 직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분위기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본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받는 정책을 바꾸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었다”며 “매년 문안으로 나와야만 핵우산이 유효한 것이 아니다. 핵우산 단어가 빠져도 핵우산을 받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결국 핵우산 단어가 있든 없든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테니 공동성명에서 핵우산을 빼고, 이를 토대로 북한을 설득해 보자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

    이 사실은 16일 저녁 일부 언론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그때 청와대는 “핵우산을 빼려던 것이 아니라 다른 용어로 바꾸려던 것뿐”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오보 대응을 하겠다고 펄펄 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하루 만에 핵우산 단어 제거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측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가 핵우산을 빼자고 했다”고 증언하지 않았더라면, 정부는 끝까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판론

    정부가 확실치도 않은 대북 설득용으로 핵우산이라는 국가의 기본 보호막에 대한 문제를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경솔한 자세와 무능이 오늘의 북한 핵실험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키워드 - 핵우산
    핵우산(Nuclear Umbrella)이란 핵 무기가 없는 나라가 핵 보유국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국가의 안전 보장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핵 보유국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미국은 지난 1978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핵우산’ 제공을 약속했고, 매년 SCM 공동성명에는 이 사실이 명시된다. 일본도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 받는 조건으로 핵무장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