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파리, 영국의 런던, 그리고 미국의 뉴욕을 색으로 표현하면 파리는 화사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 런던은 강하고 차가운 짙은 남색, 그리고 뉴욕은 흰색과 검정색으로 된 미니멀함을 들 수 있다. 이런 세 도시가 세계 최고의 미술관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 미술관들도 각 도시를 닮았다.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로의 '비너스' 등 30만점이 넘는 소장품과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 13세기 초 성채로 지어졌고, 한때 주인 없는 성으로 방치되었다가16세기에 다빈치, 티치아노, 라파엘로 등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 12점이 있는 미술관으로 됐다. 실질적인 미술관의 시작은 1793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때부터이다. 고대에서 19세기까지의 작품들은 고대 아시아관, 고대 이집트관, 그리스와 로마관, 고대 오리엔트관, 조각관, 회화관, 미술 공예품관등 7개의 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루브르의 탄생을 놓고 많은 사람들은 나폴레옹의 유산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1769년에 태어나 1821년에 죽을 때까지 프랑스의 군주이자 군인이며 유럽의 맹주로써 세계적인 미술작품을 강탈해 프랑스가 최고의 문화강대국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은 위풍당당 번창하는 영국현대미술의 상징이다. 이달 초 필자가 들렀을 때에는 칸딘스키 전시회 마지막 날이었는데, 일요일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모두 차 계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1980년 초 문을 닫은 이 화력 발전소는 탬즈강 남쪽 뱅크 사이드에 위치해 있다. 녹슨 기계들과 지붕 사이로 비가 새던 건물이 미술관이 될 땐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었다. 2억 달러라는 엄청난 경비의 절반은 국가 복권의 지원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개인 기부자들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더구나 건물의 외관을 화력발전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의 필요한 부분만 현대적으로 바꿔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으로 미술관의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국적 도시 뉴욕을 뉴욕답게 해주는 곳은 바로 뉴욕 근현대미술관 '모마(MoMa·Museum of Modern Art)'다. 이번 주에 '아웃오브타임(Out of Time)'이라는 기획전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곳은 늘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뉴욕커들과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어려서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미술관 가는 것을 마치 슈퍼마켓에 장보러 가듯 일상생활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모마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주제가 있는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 '아웃오브타임'은 시간과 삶을 접목하는 전시다. 빌 비올라, 제프 쿤스, 앤디 워홀 등 작가들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늘 쓰는 기다림과 반복의 단어들을 현대미술과 함께 읽어보는 전시다. 모마의 관람객들은 늘 새로운 이슈들을 미술로 접하며 미술과 함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파리·런던·뉴욕=신정아·성곡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