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들이 8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지역 발전문제를 놓고 20년 가까이 씨름해온 사람이 볼 때 지금쯤이면 시장·군수들의 공약이 성사될지 안될지 내부적으로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공약을 내놓고 당선됐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공약(空約)이 된다. 처음부터 속이려 했던 것이 아니다. 막상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지방 재정이나 인프라가 턱없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지방 재정 자립도는 54.4%에 불과하다. 국내 25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자체 세수(稅收)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151개나 된다. 열 곳 가운데 여섯 곳 꼴이다.
재정 자립도가 50%대 초반이면 시장·군수가 아무리 야심찬 개발 계획을 세우더라도 실행되기 어렵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들이 기를 쓰고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따와야 하는데, 이는 비리나 의혹의 원인(遠因)이 되기도 한다. 현실이 그렇다.
그럼 방법이 없는가. 있다고 본다. 우리보다 앞서 지방자치제를 시행해온 외국의 경우 민간 기업의 주도 아래 지방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사례가 적지 않다.
지금은 도요타시로 이름이 바뀐 일본 고로모시의 경우 193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인구 5만명의 양잠도시에 불과했으나 굴지의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가며 도시 개발을 주도한 결과 오늘날은 인구 35만명에, 일본 내 제조업 출하액 2위의 산업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소피아 앙티폴리스시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역할 분담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달성해낸 모범 사례다. 공공 부문은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을 끌어들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 이익은 다시 도시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재투자됐다. 그 결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포도 관광지에 불과했던 이 도시는 현재 IBM 에어프랑스 같은 세계 유수의 기업 1200개가 입주한 유럽 최고의 첨단 연구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관건은 민간 기업의 능동적 참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개발에 필요한 민간 자본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민자사업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금을 확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보증을 활성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와 함께 벌써 십수년째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는 규제 완화를 더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민선4기 지자체 출범을 앞두고 전국의 제조업체 3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개혁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73.2%가 "성과가 거의 없다" 고 대답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규제 완화 성과란 것이 이런 수준에 있다.
지금처럼 수도권 위주의 불균형 발전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도, 국민 통합도 이뤄내기 어렵다.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 개발 공약이 난무했다가 흐지부지 자취를 감추는 일이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성완종 충청포럼 회장)
입력 2006.10.0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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