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특·급 미래 열차가 달린다

    입력 : 2006.09.26 23:23 | 수정 : 2006.09.26 23:23

    설악산 오색약수로 철길…제주도에 지하철…
    ‘미래철도 카페’ 네티즌 아이디어 만발

    대전 유성온천에서 계룡산을 거쳐 행정복합도시에 들른 뒤 칠갑산으로 가는 열차, 혹은 제주시내 땅밑을 누비는 전철이 있다면? 네티즌들이 상상력으로 그려낸 철도 노선을 담은 홈페이지가 있다.

    2001년 생긴 미래철도데이터베이스미래철도데이터베이스미래철도 카페 가상의 열차들이 대도시 땅밑 구석구석은 물론, 국립공원의 산 밑도 ‘은하철도 999’처럼 누빈다.

    운영자는 회사원이자 철도 마니아인 29세 한우진씨. 철도 자료들을 모아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노선도를 만드는 사람이 늘자 따로 마당을 마련했다. 회원으로 가입한 뒤 ‘심하게 무성의하지만 않으면’ 누구나 상상 노선을 올릴 수 있다. 대부분 ‘상상력이 돋보이는’ 정도지만, 전문가들로부터 “현실성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적잖다.

    전현진(24·아주대 2년)씨가 건교부·서울시의 계획에 자기 생각을 추가한 ‘수도권전철 노선도’에는 무려 31개 노선이 있다. 우이동·안양·광명 등 변두리마다 경전철이 다니고, 도라산에서 멈춘 경의선은 DMZ를 훌쩍 넘어간다.

    부산을 중심으로 마산·울산 등을 향해 7개 노선이 거미줄처럼 뻗은 김동진(동아대 1년)씨의 ‘미래의 부산광역전철 노선도’에서는 1호선 부산진역에서 동강을 지나 2호선 지제골역을 잇는 ‘셔틀라인’이 눈길을 끈다. 그는 “유동인구는 많지만 템즈강 때문에 환승역을 놓기 어려워 셔틀노선을 만든 런던지하철의 뱅크~워털루 구간을 응용했다”고 했다.

    박태준(12)군은 제주도에 지하철을 놓았다. 한라대앞을 기점으로 호텔단지·제주도청·종합경기장·민속자연사박물관을 거쳐 제주항에 이른다.

    아이디 ‘학생’이 그린 철길은 바캉스 손님과 군대 면회객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양구·인제를 지나 설악산 북쪽을 돌아 간성으로 향하는 ‘강원선’과, 오색약수를 거치는 ‘설악선’으로 나뉘어 해안에서 동해선과 연결된다.

    아이디 ‘메이드군’의 ‘보은~남해철도’는 창 밖 풍경만 상상해도 상쾌하다. 충북 보은과 전북 무주 덕유산 자락을 지나 지리산 옆 함양·산청·하동을 거친 뒤 경남 남해에 이른다. 경춘선 ‘김유정역’을 본 딴 ‘정지용역’도 옥천 부근에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윤덕연 팀장은 “그냥 재미로 볼 게 아니라, 후배들과 함께 자주 둘러봐야 할 사이트”라고 극찬했다. 특히 ‘보은~남해선’에 대해 “도로와의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을만한 멋진 아이디어”라고 했다.

    이 기발한 ‘철도 입안자’들은 5년간 활동하면서도 오프라인에서는 만난 적이 없다. 모든 소통은 메일과 쪽지로 오간다. 그럼에도 숱한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먼지 쌓이는 일이 없다. 전현진씨는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참 즐겁다”며 “철도공사에 입사해 쌓은 내공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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