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위성 안테나 전쟁

조선일보
입력 2006.09.25 23:41 | 수정 2006.09.25 23:47

국민들, 지상파에 케이블까지 ‘수신료 이중 부담’
10년째 지상파, 채널 독식 위해 뒤늦게 세금으로 안테나 세우기

아파트 옥상에서 안테나를 두고 지상파·케이블방송·위성방송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대부분 안테나를 가구별로 설치하지 않고 옥상에 설치한 공시청수신설비(MATV·Master Antenna TV, 공청설비)를 통해 TV를 시청한다. 방송 사업자에게는 공청설비가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시장의 진입목인 셈.

그럼에도 케이블방송업체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던 ‘공청설비’에 대해 최근 지상파방송이 케이블을 통하지 않고 직접 지상파를 수신할 수 있는 가구의 비율을 높이겠다고 나섰다.

◆지상파 시청료 따로, 케이블 수신료 따로

지상파는 월 시청료 2500원을 내는 시청자라면 전국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약 80%는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월 6000원 이상의 돈을 추가로 내야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시청자들이 이중부담을 해온 것은 KBS가 공영방송의 과제였던 ‘난시청 해소’를 사실상 케이블에 떠넘겨온 분위기가 역력했기 때문이다. 1995년 케이블 도입 초기 시청자들은 좀 더 깨끗한 화질의 TV를 보기 위해 케이블을 이용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케이블로 TV를 시청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동시에 지상파 수신료까지 내온 것이다. 이중부담이다.

◆KBS, 10년 만에 “난시청 해소”·수신료 인상 및 채널 독식 위해

케이블방송의 등에 올라타 ‘난시청문제’를 손쉽게 해결한 지상파가 10여 년 만에 ‘난시청 해소’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방송의 ‘디지털 전환’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최근 ‘디지털방송 활성화특별법(안)’을 제안하면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수신 개선을 위해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방송보조국을 설립하고 ?공동주택의 공청시설 개선 지원 등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근거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가 ‘방송의 보편적 접근권’을 강조하며 지상파 직접수신비율을 높이겠다는 명분의 이면에는 수신료 인상의 명분 쌓기와 MMS(멀티 모드 서비스)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지상파 이기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게 케이블업계의 해석이다. MMS란 디지털신호 압축 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한 개 채널을 나눠 여러 채널의 방송이 가능한 ‘멀티 캐스팅(다채널방송)’을 말한다.

케이블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는 MMS를 통해 회사별로 5~6개의 추가 채널을 만들어 방송시장의 지상파 독과점 체제와 광고시장 독점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상파 독과점을 위해 국민의 세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영철 사업지원 1국장은 “최근 3년간 케이블방송 사업자는 공청시설 보수 및 개선에 매년 약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오고 있다”며 “이런 결과로 약 95% 이상의 세대에서 난시청문제가 해소됐는데, 이제 와서 지상파를 위해 국가 예산으로 공청시설 개선비용으로 지원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위성방송 “공청시설은 입주자의 것… 위성방송도 이용할 수 있어야”

그동안 개별 위성안테나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던 위성방송도 공청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이 공청시설을 두고 다투고 있지만 실제 공청설비는 공동주택 입주자의 것인 만큼 매체 구분 없이 아파트 입주자가 선택한 방송을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위성안테나가 설치되는 베란다가 동향이 아니거나 아파트 저층인 경우 시청자는 위성방송을 보고 싶어도 잘 보지 못한다”며 “공청시설은 이런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최성진 교수는 “이미 시청료를 받고 있는데 지상파를 보기 위한 공청시설 보수를 위해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시청자들이 그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며 “특히 MMS를 지상파가 독식하면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이 동시에 붕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진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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