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漢字 못 읽고 못 쓰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조선일보
입력 2006.08.07 23:10 | 수정 2006.08.07 23:22

여름방학 중인 많은 대학들이 외부강사를 초청해 漢字한자특강을 열고 학생들은 스터디모임까지 만들어 한자 익히기에 열심이라고 한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한자실력을 重視중시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삼성 LG SK를 비롯한 37개 기업이 올해 입사시험에서 한자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한자능력 자격자에게 加算點가산점을 주겠다고 한다.

한자는 정부 정책이 국한문 混用혼용과 한글 專用전용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수십 년 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1995년부터는 초·중·고교에서 아예 裁量재량수업이나 선택과목으로 떨어졌다. 한자를 단 한 자 읽고 쓰지 못해도 고등학교 마치고 대학 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지난 학기 서울의 한 중위권 대학 인문대 교수가 2학년과 4학년 66명에게 자기 대학 이름을 한자로 쓰라고 했더니 제대로 쓴 학생이 6명, 소속 학과까지 바로 쓴 학생은 딱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자기 이름조차 못 쓰는 학생도 3명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요즘 일고 있는 한자 熱氣열기는 무엇보다 기업과 시장의 절실한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中華圈중화권과 일본은 우리 수출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투자국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70%도 한자 문화권 사람들이다. 한자는 이들과 소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시대가 이런데 기업이 ‘하늘天천’ ‘따地지’도 모르는 신입사원을 뽑고 싶어하겠는가.

그러나 이것만이 자라는 세대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할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동아시아의 전통과 문화와 지식은 한자를 바탕으로 형성됐다. 그 뿌리인 한자를 제대로 알아야만 그 바탕 위에서 우리 문화의 주체성도 세울 수 있고 남보다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리고 폭넓고 깊은 사고능력도 기를 수 있다.

한자를 알자는 것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버리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말 어휘 51만여 개 가운데 70%인 35만2000여 개가 純순한자어이거나 한자가 섞인 말이다. 한자어를 정확히 알지 않고는 우리말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자를 억지로 차단하는 것은 우리말의 풍요로운 발전을 도리어 방해하는 일이다. 한자와 한자어와 한문을 잘 아는 것은 낡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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