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반도'가 개봉 8일만에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반도'는 을사늑약 등 당시 한-일간 맺은 모든 협정들이 가짜 국새로 체결돼 무효라는 전제에서 출발, 진짜 국새를 찾는다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새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국새는 나라를 대표하는 인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더 익숙한 '옥새'는 왕조시대에 쓰였던 용어다.
지난 1999년 제작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국새는 10.1㎝의 정방형에다 '대한민국'의 네글자를 가로로 새겼고, 글자는 훈민정음체로 돼있다.
국새의 재질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이 주 재질이지만, 경도를 감안해 은과 구리의 합금을 사용했다.
행정자치부 국새자문위원회는 균열이 생겨 못쓰게 된 현행 국새를 대신할 새로운 국새의 인뉴(손잡이)를 봉황으로, 인문(글자체)은 훈민정음체로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새 국새는 공모를 거쳐 오는 2008년부터 사용될 예정이다.
▶영화 '한반도'에서 가짜국새 진위는
영화 '한반도'에는 1905년 을사늑약에 가짜 국새가 찍혔다는 설정이 나온다. 이 영화의 주테마다. 그러나 실제는 사실과 다르다.
'고종시대의 재조명'의 저자인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영화는 국새가 가짜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제작됐지만, 국새 자체를 위조한 것은 아니다"면서 "일본 통감부에서 고종의 강제폐위 때 국새가 아닌 내정결재용인 어새를 강탈해 찍은 것은 확인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조광 교수는 "영화라는 예술분야의 픽션과 사실에 근거한 역사를 혼동해선 곤란하다. 영화는 영화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새는 언제부터 사용했나
우리나라가 직접 국새를 만들어 사용한 것은 갑오경장(1894년) 이후인 1897년부터다.
고려시대까지는 주로 중국으로부터 '대보'라 불리는 나라 도장을 받아 써왔다. 조선왕조는 중국과의 외교문서엔 중국에서 받은 옥새를, 국내 문서 등에서는 자체 제작한 옥새를 각각 사용해 왔다.
영물(인장의 꼭지에 조각된 상징물)은 중국이 변방의 제후들에게 내리던 상징물에 들어있던 '거북'이 복종의 의미로 주로 사용됐다.
중국과 관계없이 우리 국새로 처음 만들어진 것이 1897년 옥새다. 고종은 조선왕조가 독립국임을 만방에 선포하며 용을 상징물로 한 새로운 옥새를 만든 것.
대한민국 건국 이후인 1949년과 1963년에는 금 거북이 모양의 국새가 만들어졌고, 1999년에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국새가 제작됐다.
▶국새의 의미는
국새는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 나라의 사회적 배경과 요구, 사상에 바탕을 두고 제작된다. 때문에 국새는 한 국가의 시대성과 국력, 문화를 반영한 상징물로 인식되고 있다.
1963년부터 사용된 국새는 37년간 중요 외교문서와 훈-포장증, 임명장 등에 매년 1만6000회 이상 사용됐다. 그러나 한자 전서체를 모방해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학계의 지적에다 손잡이의 거북이 형태 조각은 사대주의 사상의 잔재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199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민족 자긍심을 회복하고, 민족문화유산으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국새를 제작했다.
국새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대통령이 임용하는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훈장증과 포장증, 대통령 명의의 비준서 등에 사용된다.
(스포츠조선 나성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