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랍·무방비 컴퓨터 “회사기밀 샜나 ?” 초비상

조선일보
입력 2006.07.22 00:23 | 수정 2006.07.22 00:23

불법점거 9일… 포스코 본사 ‘폐허’로

21일 경상북도 포항 포스코 본사. 9일 동안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에 의해 점거 당했던 현장을 찾은 포스코 관계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럴 수가….” 앞서 현장을 둘러본 윤석만(尹錫萬) 사장도 충격을 이기지 못한 듯 “정말 참담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들이 놀란 것은 본사 내부가 엉망진창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열린 책상 서랍,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컴퓨터,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를 소프트웨어…. 건설노조원들은 “담배를 찾기 위해 서랍을 뒤졌다”고 말했다. 수사 중인 경찰 역시 “이날 새벽 1532명의 노조원들이 해산할 때부터 모두 몸 수색을 했다” “지금까지 나온 도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세계철강의 메카인 포스코 본사가 뚫렸을 경우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들의 말이다. 뜯겨 나가 어디가 망가졌는지 모를 천장의 수백 가닥의 전선(電線), 최소 50개 이상의 유리창이 다 깨진 칸막이, 200개가 훨씬 넘는 파손된 의자, 어떤 서류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책상과 캐비닛, 투석용으로 부서진 옥상의 대리석, 각종 오물로 뒤범벅돼 폐기가 불가피한 사무실 카펫 수백㎡, 제대로 작동되는지 알 길 없는 엘리베이터보다 훨씬 더 큰 자산이 그 안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포스코도 그간 ‘보안(保安) 비상’ 체제를 취했다. 1층 로비에 매일 4∼8명씩을 배치, 이탈 노조원들의 주머니와 가방 등 소지품을 확인했으며 노조원들의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에 찍힌 사진파일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이 점거한 5∼12층까지에 회장실을 비롯한 14명의 임원실과 기술개발·공장설비·재무회계·인사관리 등의 부서가 있기 때문에 설계도면, 기술보고서, 신상 정보, 자재매매계약서 등 중요 서류나 컴퓨터·노트북 안의 파일 유출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포스코 관계자는 “1급 기밀서류의 경우, 쉽게 가져가거나 빼내지 못하도록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사무실을 뒤진 흔적을 발견하니 기분도 나쁘고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벽 건설노조원 1532명이 자진해산하고, 경찰이 이지경 위원장 등 노조집행부를 포함한 노조원 115명을 검거함으로써 건설노조원의 포스코 본사 불법 점거사태는 9일 만에 종결됐다. 경찰은 달아난 노조집행부 4명을 수배했다. 포스코는 “건설노조 지도부 등에 대해 사법처리와 별도로 손해배상소송 등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감식을 완료했으며 22일부터 포스코 직원들의 출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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