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엿보는 대만인들의 씁쓸한 일상

조선일보
입력 2006.05.20 00:05 | 수정 2006.05.20 00:07

하나 그리고 둘 KBS1 밤 12시30분

결혼식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나는 영화지만, 커다란 사건 없이 컴퓨터 회사의 중역인 NJ(오념진)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들 이야기를 펼친다. 여자친구가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하게 된 처남의 결혼식장에서 NJ는 옛 애인 셰리를 만난다. 그는 혼란스럽다. 와중에 그의 어머니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쓰러지고, 직장일과 집안일에 지친 아내는 집을 나가 요양원에서 지낸다. 딸 틴틴은 친구를 좋아하던 남자친구를 사랑하게 된다. NJ는 일본 출장 길에서 셰리를 다시 만난다.

삶에 관한 세밀한 묘사가 빛난다. 자신이 버린 애인인데도 친구와 사랑에 빠지자 다시 빼앗고 마는 틴틴의 친구, 돈 때문에 헤어졌다가 돈을 벌고 성공을 하고 나서야 “이젠 사랑이 중요한 걸 깨달았다”고 말하는 셰리, 이들 모두 ‘속물’들과 다름없다. 그러나 감독은 이 모든 것을 비난하기보다는 그게 삶을 이루는 다양한 모습 중의 하나라고 담담히 말한다.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 NJ의 어린 아들 말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의도를 말하는 것 같다. “안 보이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우리는 우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모양도, 맛도 밋밋하기 짝이 없는 건빵을 씹어 먹는 맛. 삶이 그렇듯, 곱씹을수록 다채로운 맛이 느껴지는 영화다.

에드워드 양(양덕창·59)은 대만의 새로운 영화 흐름인 80년대 ‘뉴 웨이브’를 허우샤오시엔과 함께 이끈 대표적 감독. 1991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하나 그리고 둘’로 2000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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