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있는 거 경찰한테 이르면 안 돼. 알았지?"

지난 16일 브라질 이타페바(Itapeva)시(市) 산타마리아(Santa Maria) 빈민촌의 쓰레기장. 브라질 기아대책 우경호(47) 선교사가 다가가자 피올라(여·9)는 가방을 꼭 껴안은 채 뒷걸음질만 쳤다. "경찰한테 말 안 해" 손가락을 걸자 잠잠해졌다. 아이의 손등으로 까만 폐수가 흘렀다. 쓰레기를 뒤진 흔적이다. 피올라는 부활절이던 이날 경찰이 쓰레기장을 지키지 않는 틈을 타 들어왔다. 아이의 가방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범벅이 된 곰 인형과 설익은 오렌지, 물러터진 포도 한 알이 들어 있었다. 피올라는 "오렌지는 집에 뒀다가 노랗게 익혀서 먹을 거야. 포도도 잘 씻어서 먹으면 돼. 다른 사람들은 안 주고 혼자 먹을 거야"라고 말했다.

우 선교사는 "요즘엔 아이들이 쓰레기장에 들어왔다가 경찰한테 잡히면 다른 곳에 입양을 시켜 버려요. 엄마가 애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실은 배가 고파서 그런 건데…"라고 말했다.

쓰레기장은 이곳 산타마리아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이다. 총 650가구 중 70여 가구가 이곳에서 폐지나 깡통 등 재활용품을 주워 생활한다. 버린 음식들을 주워 먹는 사람들도 있다.

한 달 내내 주워도 5만원을 모으기 힘들지만 유일한 수입원이다. 마을 입구에는 창문이 7개쯤 달린 단층집이 있다. 밤만 되면 알록달록한 불을 밝히는 '마을 공동 사창가'다. 우 선교사의 부인 강순옥(46)씨는 "한 어머니가 너무나 배가 고파 딸을 사흘 동안 저기에 보내고 150달러를 벌었대요. 그 뒤로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우는지…, 위로밖에 할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곳 주민들은 브라질의 다른 빈민촌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1999년 이곳으로 들어온 우 선교사는 한국 기아대책의 지원을 받아 마을 탁아소를 지었다. 그러자 곧 정부에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세워줬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비다. 우 선교사는 한국의 집까지 팔아 아이들 돕기에 나섰지만 학용품도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 한국의 후원자들이 있지만 18세 미만 청소년·어린이가 1000명이 넘어 항상 부족하다. 컴퓨터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싶어도 4대밖에 없어 꿈도 꿀 수 없다. "아이들에게 최소한 축구선수 이외의 다른 꿈이라도 꾸게 해주고 싶어요. 그대로 두면 마약과 범죄로 내몰릴 수밖에 없거든요." 우씨의 말이다. (후원 문의처는 기아대책 02-544-9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