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주말에 공짜로 이용해왔다는 논란과 관련해 "공직자로서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서울시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2003년 봄부터 매달 토·일요일에 한두 차례씩 모두 51차례 남산 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쳐왔다.
이 시장 테니스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시장이 테니스장 사용료를 내지 않고 사용해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개組조밖에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경기장을 서울시테니스협회가 토·일요일에 독점적으로 임대해 이 시장과 그 동반자들만 치게 함으로써 다른 테니스 애호가들의 이용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문제의 테니스장은 서울시가 옛 안기부로부터 넘겨받은 시민의 재산이다. 이 시장은 이런 곳에서 2년 8개월간 자기 편한 시간을 골라 테니스를 쳐왔다면 일반 이용객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그 費用비용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생각이 미쳤어야 정상이다. 그런 생각 없이 그냥 쳤다면 서울시장은 돈 안 내고 테니스 쳐도 된다는 特權意識특권의식에 젖어 있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장과 그와 함께 테니스를 쳐온 동호인회 사람들은 작년 12월에야 각각 600만원과 200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했다. 동호인회도 3년 가까이 돈을 안 냈던 것은 '서울시장을 위한 테니스'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측이 "이 시장은 초청받아 가서 동호인 모임에 끼어 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들 누가 쉽게 납득하겠는가.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公공'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 대통령도 당선 직후 대한민국 국민 4700만명 가운데 고향 주민 380명만을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그 아래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새만금 현장을 시찰한다며 消防소방헬기로 가족 유람을 시키기도 했다.
서울시장은 한 해 예산 15조원, 직원 1만6000명을 거느린 자리다. 이 시장은 大權대권을 노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시장 말로는 '이름도 잘 모른다는 사람들'이 테니스장을 통째로 빌려놓고 아무 때나 와서 치라고 했던 것은 이 시장의 權限권한과 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公공과 私사'를 구분하는 인식을 갖추는 것으로부터 대권의 꿈을 시작해야 하고, 이미 꿈을 이룬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公공'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입력 2006.03.2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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