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주주총회에서 미국의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측이 추천한 후보가 사외이사로 뽑혔다. 사외이사 두 자리를 놓고 표 대결을 벌인 결과 아이칸측과 KT&G측이 한 자리씩 나눠 갖게 된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48%라는 아이칸측 후보들의 득표율이다. KT&G측 득표율은 52%였다. 전체 주식의 50%에 한 株주만 더 가지고 있으면 경영권을 100% 행사할 수 있는 게 주식회사다. 아이칸측이 앞으로 조금만 더 우호세력을 늘리면 株總주총에서 핵심적 안건의 통과와 부결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권 奪取탈취도 가능한 상황이다.

아이칸측의 보유 지분은 KT&G 주식의 6.6%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아이칸측이 과시한 득표 실력은 61%에 이르는 외국인 지분의 상당 부분이 아이칸측을 지지했다는 뜻이다. KT&G에서 벌어진 이번 일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다른 국내 대기업들에서도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3.5%, 포스코 68.4%, LG필립스LCD 53.7%, 현대자동차 49%, SK텔레콤 49%, 국민은행 85%, 하나금융지주 81.2%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은 50%를 넘거나 50%에 가깝다.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이 엄살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 일을 외국인 지분비율만 끌어들여 설명하면 사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경영권 불안의 근본이유는 외국인 지분보다 기업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SK를 공격했던 소버린은 분식회계 등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번 KT&G 사태는 경영 잘못으로 株價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아이칸의 주장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떨어져서 기업 경영권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번 KT&G 사태는 경영을 잘 해서 기업가치를 올리고 주주이익을 높이는 것만이 경영권 보호의 근본 解法해법이란 사실을 국내 기업들에게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