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경기 안산시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할린 귀국 동포 노인 20여명에게서 작년 8월부터 본인들 몰래 한 달 1000원씩을 당비로 가로채 간 사실이 드러났다. 노인들이 집으로 날아드는 전화요금 고지서에 자기들이 쓰지도 않은 '콘텐츠(사이버패스) 사용료'조로 1000원씩 붙어 있는 게 이상해 알아 보니 그게 바로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으로 가는 돈이었다는 것이다.
돈을 뜯긴 사람들은 日帝일제에 강제 징용돼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가 여생을 고국에서 보내겠다며 2000년에 귀국한 70~80대 노인들이다. 이들의 한 달 수입은 정부가 주는 70여만원(2인 가족 기준)이 전부다. 이 돈으로 먹고 입고 자고 움직이는 비용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약값으로 많은 돈이 드는 노인도 적지 않다. 아무리 뜯을 데가 마땅찮다 해도 이들의 피 같은 돈에 빨대를 박는 건 사람으로선 못할 짓이다. 열린우리당은 피해자들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일이 없다"는데도 '黨費당비' 명목이었다고 굳이 우기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월에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노인 40명의 이름을 당사자들 몰래 당원으로 올려놓고 이들의 통장에서 매달 1000~2000원씩 빼냈다가 들통이 났었다. 한 달 수입이 20만~30만원밖에 되지 않는 탈북자 수십 명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改過遷善개과천선의 각오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겠다"며 전국적인 당무감사와 당원 全數전수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개과천선'이란 단어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안산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못살고 힘없는 노인들이다. 세상 물정 어두울 테니 통장에서 몰래 돈을 빼내 간들 알 턱이 있겠는가 하고 얕봤는지도 모른다. 정말 그랬다면 정치적 책임은 둘째치고 도덕적 곤장을 맞아야 마땅한 짓을 한 셈이다.
입력 2006.03.1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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