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6일 한 실업고를 방문해 학생들을 앞에 두고 "이대로 가면 옛날처럼 귀족계급이 생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는 要旨요지의 강의를 했다. 여당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업계 고교 일일교사 체험행사' 계획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4일 정동영 의장이 처음 이 계획을 발표했을 때 실업고 학생들을 싸잡아 '못 사는 집 아이, 공부 못 하는 아이들'로 낙인 찍고 갈등을 부추기려는 행태에 많은 사람이 걱정과 비판을 했다. 김 대표의 이날 강의는 여론이야 뭐라건 아랑곳없이 열린우리당이 지난 주말부터 당초 계획을 强行강행하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더욱이 김 대표의 강의내용은 도무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들이 많다.
김 대표는 "부자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부자 부모를 못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를 못 해서 좋은 학교에 못 가고 계속 못살게 되는 현상이 양극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사는 사람은 계속 자기들끼리 잘살고, 못 사는 사람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고 결국 망하게 된다"고 단언했다.
이런 그의 말은 아무리 새겨 들으려 해도 "無産者무산자여 궐기하라"는 식의 선동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교육이 지나치게 비대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고민이다. 게다가 現현 정권 들어 이런 상황이 개선됐다는 증거도 없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으면서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법을 다함께 찾아보자고 하는 것이 도리일 텐데, 극단적 편가르기로 어린 학생들에게 증오의 불을 댕기려는 것만 같다. 교실에 앉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만 해도 식은 땀이 난다.
김 대표는 "실업고에 다니는 학생이 강남의 일류고교에 다니는 학생에 비해 성공할 기회를 덜 갖게 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도 했다. 실업고 전체를 슬쩍 卑下비하하면서 화살을 '江南강남'으로 날리는 교묘한 어법이다. 여당 의원들의 실업고 일일교사 행사는 이번 주 내내 전국에서 계속될 것이라 한다. 양극화를 걱정한다면서 오히려 사회를 극과 극으로 나눠 계층 간 증오를 불러일으킬 전국 캠페인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입력 2006.03.06. 23:02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