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감독 ‘할리우드 벽’ 11년만에 넘다

조선일보
입력 2006.03.06 19:02 | 수정 2006.03.07 04:45

[78회 아카데미상 시상]
무협·액션·가족애 등 다양한 장르로 폭넓은 지지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시’는 작품·각본·편집상

78년 아카데미상 역사에서 처음으로 동양인 감독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5일(현지시각) 미국 LA 코닥 극장에서 열린 제 7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대만 출신의 이안(李安·52)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1910~1998)가 지난 1989년 공로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아시아의 영화감독이 아카데미의 벽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하기 전 고향 대만에서 돌아가신 아버님이 먼저 떠오른다”면서 “미국은 물론, 중국 홍콩 대만의 모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센스 앤 센서빌러티’(1995)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이안 감독은 ‘아이스 스톰’(1997) ‘와호장룡’(2000) ‘헐크’(2003) 등 가족드라마, 무협영화, 액션 블록버스터 등 변화무쌍한 장르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이번 ‘브로크백 마운틴’은 게이 로맨스를 다뤘다. 1960년대 미국 남부 카우보이를 주인공으로 남자들의 사랑을 그린 대하 드라마다. 어떤 미국인보다도 더 미국인의 정서를 잘 꿰뚫었다는 반응이다.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브로크백…’은 각색상, 작곡상 수상으로 3관왕이 됐다.
폴 해기스 감독
올해 아카데미의 실질적 승자는 ‘크래시’였다. 다인종국가인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를 도발적이면서도 단호한 시각으로 다룬 이 작품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물론,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크래시’로 데뷔한 폴 해기스 감독은 지난해 작품상을 받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을 썼던 인물.

시상식의 꽃인 남녀 주연상은 ‘카포티’의 필립 시모어 호프먼과 ‘앙코르’의 리스 위더스푼에게 돌아갔다. 두 배우는 처음으로 오스카 후보에 올라 곧바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카포티’는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인생을, ‘앙코르’는 천재 가수 자니 캐시의 삶을 그리는 등 모두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다.

남녀 조연상은 ‘시리아나’의 조지 클루니와 ‘콘스탄트 가드너’의 레이첼 바이즈에게 돌아갔다.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던 조지 클루니는 조연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이젠 감독상은 물건너 갔군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기술부문에서는 ‘킹콩’과 ‘게이샤의 추억’이 각각 3관왕에 올랐다. 시각효과상 음향상 음향편집상은 ‘킹콩’이, 미술상 의상상 촬영상은 ‘게이샤의 추억’이 차지했다. ‘뮌헨’과 ‘우주전쟁’으로 모두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단 한 개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다. 나머지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외국어영화상=초치(남아프리카 공화국) △분장상=나니아 연대기 △장편 애니메이션상=월래스 앤 그로밋 △단편영화상=여섯 명의 사수 △단편 애니메이션상=달과 아들 △단편 다큐상=승리의 기록 △장편 다큐상=펭귄:위대한 모험 △주제가상=허슬 앤 플로 △공로상=로버트 알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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