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한시·'항일가사집' 첫 공개

조선일보
입력 2006.02.27 19:28 | 수정 2006.02.27 19:33

‘가사집’민간 저변서 불려…후렴구는 애국가와 같아

제87주년 3·1절을 앞두고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1880~1936) 선생의 미공개 한시(사진 왼쪽)와 1920년대 민간에서 창작된 ‘항일가사집(抗日歌詞集·오른쪽)’이 처음으로 발굴됐다.

박정규(朴正圭) 한남대 교수는 최근 충북 청원군에서 열린 단재 순국 70주기 추모 학술발표회 발표문 ‘신채호의 국내에서 쓴 글에 대한 고찰’에서 “단재가 22세 때인 1901년에 썼던 오언 배율(五言排律·한 구 다섯 글자로 여섯 구 이상의 시) 형식의 한시를 발굴했다”며 이를 번역 소개했다.

제목 없이 ‘광무(光武) 5년 신축(辛丑) 2월 7일 신채호 배(拜)’로 시작하는 이 시는 모두 24구로 이루어져 있다. 시 내용은 단재가 10대 시절 자오곡(子午谷·현재 지명 미상)이란 곳에서 4년 동안 남의 집에 기거하며 글을 가르쳤다는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단재는 이 시에서 ‘틈만 나면 학문을 배우며(餘力則以學)/ 효도와 우애는 평소의 습관이네(孝悌乃其常)/ 어른 잘 모시고 아침이면 사당에 절하며(晨省早拜廟)/ 향긋한 제물 갖춰 초하루면 잔을 올리네(苾芬朔薦觴)’라며 유교적인 가치관을 칭송하고 있다. 이 시가 적힌 고문서는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일부 사전에 ‘신채호의 글씨’로 그 사진이 실린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한시라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었다.
김연갑(金煉甲)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이사는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찾아낸 1920년대 후반의 ‘항일가사집’을 27일 공개했다. 원고지 노트에 펜으로 쓴 44쪽 분량의 이 가사집은 ‘애국가’와 ‘아르랑 타령’ ‘진동의 동요(童謠)’ 등 모두 8편의 항일 가사를 수록하고 있다. 이중 ‘애국가’는 현재 애국가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윤치호의 ‘무궁화 노래’(1896)와 김인식의 ‘코리아’(1910)가 합쳐진 형태로, 후렴이 현재의 애국가와 같다. ‘아르랑 타령’은 “정부만 밋고 안젓다가/ 영영 타국인의 노예되여/ 파란(폴란드) 월남 양국 후진(後進)될걸’이라며 구한말 나라를 망친 위정자들을 비판하고 있으며, ‘진동의 동요’는 ‘어서어서 합심하야 단체되세/ 적국을 물리치고 역신을 잡은 후에’라며 항일 투쟁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일제의 압제 하에서 이와 같은 항일 노래들이 민간의 저변에서 불려 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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