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댓글 '악플' 교수님까지…

조선일보
입력 2006.01.25 19:06 | 수정 2006.01.26 03:39

'임수경씨 악플' 25명 대부분 멀쩡한 중년남성
검찰 댓글처벌 놓고 일부선 "표현자유 위축"

지난 89년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38)씨가 사고로 아들(당시 9세)을 잃었다는 보도에 ‘악플’을 달았다가 졸지에 형사 처벌 대상이 된 25명. 그들은 10·20대 네티즌이나 상습적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7월 임씨의 아들이 익사했다는 인터넷 기사에 욕설과 비방, 저주가 담긴 댓글을 단 25명을 소환 조사했다.

임씨의 고소를 처음 접했을 때 검찰 관계자들은 ‘철 없는 녀석들 혼 좀 내줘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검찰청에 불려온 사람들을 보고 검찰 관계자들은 놀랐다. 3~4명을 빼고는 모두 불혹을 넘긴 중년이었고, 60대 이상도 5~6명이나 됐다. 대학교수와 금융기관의 중견 간부, 대기업 회사원, 전직 공무원 등도 있었다. 검찰은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은 1~2명뿐이었다”며 “거의가 식자층”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상적인 시민들이 그것도 실명제(實名制) 게시판에서 악플을 단다는 것 자체가 위험수위에 달한 인터넷문화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씨는 아들의 체취가 남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영남의 한 사찰에 은둔해 슬픔을 삭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고소인 조사 때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악플을 단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잘못을 뉘우쳤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임씨를 특별히 싫어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 들어 진보 진영이나 ‘좌파’가 득세하자 심정적 거부감이 임씨를 통해 표출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나은영 교수는 “악플은 이념적으로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진영에 대한 편견이 균형잡힌 판단을 가로막아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너무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인터넷 댓글을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인터넷 실명제를 획일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을 밝혀낸 생명공학도들의 익명 게시판 BRIC이 좋은 예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는 “교수사회처럼 위계가 엄격한 그룹에서 약자인 연구원들이 진실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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