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공주고 합숙소 이탈사건' 15년만에 '폭탄주 화해'

입력 2006.01.20 13:23 | 수정 2006.01.20 13:23

"미안혀, 친구들아"
'공주고 합숙소 이탈사건' 홀로 빠져

"친구들아, 미안혀." (박찬호)
"친구들끼리 미안하다고 말하면 안되는 거여, 잊어버려."(친구들)
'코리안특급'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가 폭탄주 한잔에 15년 우정을 되찾았다.
지난해 12월12일 박찬호는 옛 동료였던 공주고 친구들과 함께 가라오케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몸관리에 철저한 박찬호가 폭탄주를 마셨다는 자체가 뉴스였다. 하지만 박찬호에게는 폭탄주 한잔 보다 '과거사'를 정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른바 '공주고 팀 이탈사건'의 주인공들과 모여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최근 박찬호의 절친한 친구인 홍원기가 본지 생뚱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당시 이야기의 전말이다.
90 년 10월 공주고 기숙사. 홍원기를 비롯한 어린 야구 선수들이 일탈을 꿈꾸고 있었다. 비밀리에 모임은 이어졌고, 모두가 합숙소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약속한 날. 그들은 한꺼번에 공주고를 떠나 강압적인 팀 운영에 불만을 표시했다. 공주고 팀 이탈사건이었다. 전국체전을 10일 앞둔 날이었다. 하지만 에이스 박찬호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뜻을 같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이탈한 인원들은 다시 모였고, 전국체전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박찬호와 친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놓이기 시작했다. 홍원기와 친구들은 집안 사정때문에 뜻을 같이하지 못한 박찬호를 이해했지만 어린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15년 후 박찬호의 피로연을 겸한 100승 기념일 하루전 . 홍원기는 박찬호 몰래 전화를 돌려 '그 때 그 사람들'을 하나둘 모았다. 밤 11시 경.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분위기가 물으 익을 즈음. 홍원기는 마지막으로 박찬호에게 연락을 했다. 소식을 들은 박찬호는 모든 일을 제처두고 자리를 찾았다. 처음은 조금 어색한 분위기. 하지만 박찬호와 친구들은 언제그랬냐는 듯 어깨동무를 하며 한 몸이 됐다. 이심전심으로 아픈 과거사를 잊고 다시 친구로 돌아오는 순간. 술은 커녕 냉수조차 마시지 않던 박찬호도 폭탄주로 화답하면서 15년간 잃었던 우정을 찾은 기쁨을 만끽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질펀하게 이어졌다. 한잔의 폭탄주에 박찬호가 국민영웅에서 어린시절 공주고 동창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스포츠조선 손재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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