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오브갓' 여기 죽음보다 더한 세상이 있다

  • 이동진기자

    입력 : 2005.11.02 16:34 | 수정 : 2005.11.02 16:34

    이것은 ‘오락’이 아니다. 이 영화의 연출 테크닉이 아무리 현란해도, 1분이 멀다 하고 스크린에서 총소리가 들려온다해도, 이것은 ‘볼거리’가 아니다. 브라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걸작 ‘시티 오브 갓’(Cidade de Deus·3일 개봉)은 진정으로 섬뜩한 것은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에서 사는 것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실화에 바탕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를 무대로 삼고 있다. 강도와 살인이 일상화되고 아이들이란 그저 키가 작은 갱스터일 뿐인 이곳의 실상은 ‘신의 도시(시티 오브 갓)’란 역설적 지명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며 ‘신마저 떠난 세상’의 지옥도를 펼쳐낸다. 메이렐레스는 간단한 스토리 요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십명의 인물을 십수년 세월에 풀어놓고 종횡무진 벽화를 그려간다. 핏빛으로 바탕색을 삼은 그 벽화는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이 땀과 눈물로 얼룩져 있다. 이 작품은 브라질 영화론 드물게 전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2004년 아카데미 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시티 오브 갓’은 참혹한 현실에 짓눌리지도, 그렇다고 그 현실을 착취하지도 않으면서, 대담하게 가는 스타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인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카메라웍과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편집에서 심장 박동을 대신하듯 요란한 라틴 음악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얼을 빼놓는 형식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나 ‘롤라 런’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마약 밀매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는 마틴 스코세지의 ‘좋은 친구들’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시티 오브 갓’만큼 현실의 충격을 미학적 충격에 조화시킨 영화를 찾기는 힘들다. “나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왜곡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은 메이렐레스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결국 진실이란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의도에 담겼다.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 작은 희망을 보여주지만 그 희망을 모아쥔 소년의 손은 여리기만 하다. 이곳에서는 악마적인 독재자도, 순결한 낭만주의자도,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킬러가 된 청년도, 종내엔 모두 죽는다. 그리고 그들이 떨어뜨린 총을 이제 열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집어들고 다시 총성 가득한 거리로 나선다. 악업(惡業)은 전승된다. 그러나 섣불리 선동하지 않는 이 정치적인 영화는 제대로 뚜껑을 열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다른 세상’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은, 그것만으로도 분명 최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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