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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시마네현 촌것들 다스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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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3.13 18:29 / 수정 : 2005.03.13 18:38

이문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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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시마네현(縣) 의회는 기어이 ‘독도의 날’을 조례로 정하고 말았다. 100년 전에 있었던 이른바 ‘시마네현 고시’는 제물포 조약부터 한일병합에 이르는 일본의 조선침략 과정 중의 일부였다.

곧 조선의 재정과 외교의 권한이 박탈된 1904년의 제1차 한일협약과 일본의 보호국이 되어 사실상 국권을 상실하게 되는 1905년의 을사조약 사이에 낀 막간극으로서, 멀쩡한 남의 영토를 저희 지방자치단체의 고시 하나로 저희 영토에 편입시킨 일본의 국제법적 억지이기도 하다.

그래도 일본의 역대 정권은 조선침략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대체로는 시인해 왔다. 일왕(日王)도, 인색하지만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이미 오래전에 조선침략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런데 이 시마네현 촌것들은 저희 중앙정부와 ‘천황 폐하’까지도 잘못을 인정한 조선 침략의 한 과정을 여전히 독도 영유권의 근거로 우기며, ‘독도의 날’ 제정조례를 막무가내로 통과시켰다.

일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비통하고 한심한 역사가 있고, 못난 조상과 비정한 국제 역학의 몫도 있다. 또 이 일에 대처하는 당국이나 관계자들에게 대해서도 여러 가지 비난과 질책이 있을 수 있으며, 주고 싶은 충고와 주문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준엄하게 그 직무유기를 비난받고 질책당해야 할 것은 울릉군 의회가 될 듯싶다.

조금 규모가 작은 대로 우리 현행 지방자치제도에서 시마네현 의회에 상응한다 할 만한 울릉군 의회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시마네현 촌것들의 망동과 망언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예고돼 온 터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 일로 몸소 나서고, 외무장관이 전과 달리 목청을 높이는 동안에도 울릉군 의회는 제대로 된 성명 하나 낸 것이 없다.

울릉군 의회는 이제라도 긴급히 의원들을 소집하여 아쉬운 대로 몇 가지만 우선 의결해 발표했으면 한다. 그 첫째로는 시마네현이 울릉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조례로 정해 내외에 널리 포고하는 일이다. 그 근거로는 대륙이 문화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과거 어느 시대에 우리 조상이 영유(領有)의 의사로 시마네현을 선점(先占)한 적이 있었음을 우기면 된다.

그래도 100년 전의 명백한 침략과정 일부를 영토 획득의 근거로 제시하는 시마네현의 조례보다는 훨씬 윗길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독도를 미사일 기지로 빌려줄 수 있는 근거를 조례로 마련하여, 북한이 원하면 대일 방어용 미사일 기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때 북한이 기지 건설비용을 부담스러워하면 우리 정부가 장기저리 차관을 줘도 좋고, 국민성금을 거두어도 된다.

바로 우리 정부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라고 건의할 수도 있지만, 자칫 대한민국 정부가 시마네현 촌것들의 몽매한 짓거리에 체신없이 발끈하는 것같이 보일까 하여 짜낸 차선의 제안이다.

마지막으로는 다분히 감정적으로 비칠 염려가 있는 대로 울릉군에서는 일본의 공식적인 국가명칭을 왜국(倭國)이라 하고 일본사람은 왜자(倭者)라고 부르게 하는 조례를 정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작고 초라하고 미개하다’는 뜻의 ‘왜(倭)’를 이제 와서 다시 쓰는 것은 국가간의 예의가 아니나, 시마네현 촌것들이 먼저 일으킨 분란이고 쏟아낸 망발이다. 꼴사납지만 울릉군 수준에서라도 받아주는 수밖에.

아무쪼록 울릉군 의회 의원들은 천둥벌거숭이 같은 시마네현 촌것들을 추상같이 다스리고, 은근슬쩍 그들을 편들어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일본 정부에도 일침이 될 수 있는 조례들을 제정하라.

(이문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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