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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입력 : 2004.05.23 03:33 | 수정 : 2004.05.23 16:17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가 23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Grand Prix)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이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큰 상으로, 한국 영화가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것이 칸에서 한국 영화의 최고 수상 기록이었다.

황금종려상은 영화제 내내 최고 화제를 몰고다니며 찬사를 받은 미국 감독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Fahrenheit 911)’에 돌아갔다.

1956년 ‘사일런트 월드’ 이후 다큐로는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부시 대통령 일가와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 일가의 오랜 유착관계를 폭로하면서 ‘반(反)부시’, ‘반이라크전쟁’을 직설적으로 외치는 다큐멘터리이다.

(칸(프랑스)=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사실상 작품성으로는 심사위원단 최고평가

임권택(취화선·칸 영화제) 이창동(오아시스·베니스) 김기덕(사마리아·베를린)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던 한국 영화는 이제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까지 받아냄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했다.




	제 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차지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씨가 폐막작 '디 러블리'의 주연배우 애슐리저드(맨 왼쪽)와 캐빈 클레인(맨 오른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
제 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차지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씨가 폐막작 '디 러블리'의 주연배우 애슐리저드(맨 왼쪽)와 캐빈 클레인(맨 오른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

‘올드 보이’의 영광은 최고 권위의 영화 축제인 칸 영화제에서 ‘과거’보다는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감독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 때문에 의미를 더한다. 올해 칸 영화제를 통해 이제 세계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의 전통’이 아닌 ‘한국 영화의 현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미 오랜 세월 한국 영화를 대표하고 있는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경우와 달리, 박찬욱 감독의 수상은 충무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일군의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쉬리’ 이후 한국 영화의 산업적 활력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화제가 된 데 이어서, 한국 영화의 미학적 성과도 이젠 폭넓은 국제적 인증을 얻게 된 셈이다.






‘올드 보이’의 수상은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 ‘취화선’ 등 한국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를 통해 ‘동양적 정서’ ‘한국적 미학’이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관심을 이끌어낸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올드 보이’는 한국 영화가 아시아와 한국이라는 ‘이국 취향’의 기준을 벗어나 스릴러라는,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표준화된 장르 속에서 혁신을 보여줬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의 폭증 때문에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예전처럼 ‘동양에서 온 귀염둥이’ 정도의 취급을 받는 경우가 사라져 좋지만, 한국영화 대표 그룹 중 한 명으로 대접받으면서 부담되기도 한다”는 설명이었다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의 연이은 수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영화라는 국적에 대한 호기심에서 그 국적을 가진 감독 하나하나의 구체적 작품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갈 것으로 보인다.

스탠리 큐브릭이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빼어난 영화들을 보고 그들의 국적을 따지는 사람들이 거의 없듯, 한국이라는 출신 국가명보다는 우수한 작품을 만드는 각각의 한국 감독 자체에 대해 흥미를 갖는 경우가 좀더 많아질 것이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씨가 제 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씨가 제 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
단적으로, 이제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계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적’ ‘동양적’이라는 수식을 달지 않아도 좋다는 새로운 통과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라는 군집명사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그 안의 구체적 작품 하나하나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때, 비로소 한국 영화의 진짜 전성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칸(프랑스)=이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