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 솟은 머리, 물방울 무늬 남방. 이런 패션을 소화해낼 남자가 어디 흔할까. 시간이 지날 수록 빛을 더해가는 장동건. 세월의 흔적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만들어가는 지혜를 가진 이 남자가 대형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크레인 넘어질땐 죽는 줄 알아"
▲생사의 기로에서 겪어낸 비극의 현대사
6.25에 얽힌 두 형제의 비극을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때문에 지난해 말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전력질주가 불가능한 상황. 경남 합천에서 촬영 도중 대형 크레인이 넘어질 때는 진짜 죽음 직전까지 갔다. 이뿐 아니다. 특히 경주에서 첫 폭파신. 굉음이 들려오고, 파편이 튀는데 왼손이 완전 날아가는 줄 알았다. 얼얼하다 못해 아무런 감각도 없더란다. (근데 나중에 손을 보니 말짱해서 약간 허무했단다). "그 순간 누구 얼굴이 제일 먼저 스쳐지나갔냐"고 물었다. "어머니? 숨겨놓은 애인?"라고 방방 뜨는 기자에게 장동건이 씽긋 웃으며 하는 말, "스태프들 생각이 제일 먼저 났죠. 아 내가 여기서 뻗어버리면 촬영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늘이 노래지더라구요."
▲믿음 주고 사랑받고
5일 개봉하는 '태극기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이 연출한 전쟁영화라는 설명만 듣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후속작 '태풍' 또한 함께 '친구' 신화를 일궜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사실만으로 OK했다. '캐릭터가 마음에 안든다''상대배우가 약하다' 는 등등 이리 트집 잡고, 저리 트집 잡는 일이 절대 없다.
"나홀로 생활…인연 맺기 힘들어"
▲저 혼자 살아요
지난해 10월 머리 털 나고 처음 경기도 산본의 본가에서 독립, 딴살림을 차렸다. 장동건의 서울 청담동의 빌라 열쇠를 가진 여인이 있다는데!!! 바로 어머니다. 주 3~4일은 이쪽으로 출근해 청소까지 다해주신다. 어머니가 다녀가신 날 냉장고를 열면, 칸칸이 먹기 좋게 정리된 반찬통이 꽉 차있다. 밥도 전자렌지에 돌리기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나눠 얼려놓으신다니, 한마디로 지극정성이다. "독립도 했으니 여우허리띠만 구하면 되겠네"라고 물어봤으나, 영 싱거운 대답이 돌아온다. "인연이 닿는 여자가 없다"는 설명. "지난 1월엔 김승우 선배랑 일본 여행을 다녀왔구요. 늘 어울리는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새로운 인연을 만들 기회가 차츰 줄어들어요."
▲옥에 티? 티!
무결점인 이 남자, 알고보니 은근히 보수적이다. 결혼을 하면, 반드시 아내가 아침을 차려주리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침 튀기며, 요즘 세상에 이 얼마나 깜찍한 생각인지 아무리 설명해줘도 소용이 없었다. 사진 촬영까지 끝내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 장동건이 최후에 기자들에게 던진 말도 바로 이거였다. "진짜 요즘엔 아침도 안 해줘요? 아, 충격이네!"
(스포츠조선 전상희nowater@sportschosun.com, 유아정poro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