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주일새 100만 돌파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 이동진기자

    입력 : 2003.11.30 17:59 | 수정 : 2003.11.30 17:59

    "어둡고 불편한 복수극이라도 정열적 스타일이면 먹히더군요"

    15년 동안 감금된 남자의 복수극을 다룬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개봉 일주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당초 영화적 완성도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 때문에 흥행은 장담할 수 없다는 예측이 대부분이었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세 번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거대한 성공으로 스타 감독이 된 박 감독은, 탁월했지만 극장에선 고배를 마신 ‘복수는 나의 것’ 이후 내놓은 ‘올드 보이’의 성공으로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는 고교 시절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는 건 안 좋은 건데…”라고 혼잣말을 한다. 그간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만나온 박 감독은 무엇보다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받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예상을 뒤엎고 성공했다.

    “멋진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까지 탁월하게 했는데 왜 안 보겠나. 촬영 전 많은 사람들이 말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은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

    “그때는 사실 충격이었다. 잔인한 데다 결말이 좀 엉뚱하고 배우 연기 스타일이 차가운 쪽으로 뛰어나서가 아닐까. 우리 관객들은 정열적이고 뜨거운 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언제나 배우를 가장 중시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배우 비중은 절대적이다. 배우에겐 외모의 매력과 분위기가 정말 중요한데 최민식에게 제일 먼저 끌린 것도 바로 그 점이다. 그는 멋지게 생긴 데다 대사도 정확하게 소화하는 흔치 않은 배우다. 빼어난 연기에 대해선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유지태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 영화에서 나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대사 한줄 한줄까지 일일이 토론하며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복수라는 테마를 유달리 좋아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가는데, 그게 영화적으로 터져나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튀지 않고 성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과격한 상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모범생 콤플렉스’랄까.

    “인정한다. 모범생이란 욕망을 표현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까 영화적으로 더욱 격한 표현법을 즐길 수도 있다.”

    ―그간 만든 영화들 속엔 ‘어찌할 수 없음’으로 삶을 바라보는 허무주의적 태도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걸 알면서도 투쟁하고 운명의 끝에 가닿아 보려는 자세다.”

    ―이 영화에서처럼 말실수 때문에 곤혹스러웠거나 상처받은 적은 없나?

    “어떤 무명배우가 가능성이 커보여 ‘다음에 꼭 같이 하자’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주칠 때마다 미안하다. 반면 내가 상처받는 것은 기자나 평론가 그리고 네티즌 때문인 경우가 많다. 뛰어난 평자들의 비판에 더 깊이 상처받는다. 좋은 칼에 베이면 더 깊게 베이니까.”

    ―오대수처럼 갇힌 채 이제껏 저지른 잘못을 일일이 적게 된다면?

    “아무래도 영화 찍으면서 아내에게 잘못한 것들이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일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과 놀이가 구분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특히 술 마시기가 그렇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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