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Bong)과 김(Kim). 경기 기록지에 적힌 선발과 마무리 투수 모두 낯익은 한국 이름이었다. 한 사람은 세이브를 따내고, 다른 한 명은 패전을 기록하며 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졌지만,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두 한국 선수는 나란히 수 많은 미국 관중들로부터 아낌 없는 박수를 받았다.

24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가 벌어진 미국 애틀랜타시 터너필드. 원정 팀 D백스가 5―2로 앞선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김병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후 9일 만의 등판. 그 동안 밥 브렌리 감독이 좌완 셋업맨인 마이크 마이어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던 김병현이지만 일단 기회가 주어지자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브렌리 감독은 이날도 9회초 마이어스를 등판시켰지만 첫 타자 치퍼 존스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자 김병현을 불러 올렸다.

김병현은 첫 타자인 대타 훌리오 프랑코를 시속 148㎞의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아웃시켰다. 이어 다음 타자 비니 카스티야는 2루앞 병살타로 잡아 산뜻하게 경기를 끝냈다. 시즌 3세이브. 김은 이로써 올 시즌 6게임에 나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아 방어율 0 행진을 이어갔다.

김병현보다 두 시간여 먼저 다른 한국 투수가 관중들에게 선을 보였다. 홈팀 브레이브스의 선발 투수로 나선 22세의 좌완 봉중근. 97년 말 미국에 진출한 지 4년여 만에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봉은 그러나 데뷔전의 긴장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1회 볼 넷 2개에 안타 2개로 3실점하는 등 6이닝 동안 8안타 볼 넷 2개(삼진 4개)로 5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기록보다는 훨씬 좋은 내용이었다”며 봉의 투구를 칭찬했다.

1회 2사 만루에서 D백스의 6번 대미안 밀러의 3타점 2루타는 좌익수 치퍼 존스가 잡을 수 있는 타구였고, 4회 실점도 첫 타자 기옌의 타구를 중견수 앤드루 존스가 잡다가 놓친 게 빌미가 됐다. 5실점 중 4점은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것. 경기 후 치퍼 존스는 “봉에게 미안하다. 사과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봉중근은 경기 후 바비 콕스 감독으로부터 다시 마이너리그 행을 통보 받은 뒤 “생각보다 좋았다. 포수 요구대로 던졌는데 두 개의 실투가 아쉽다. 언젠가는 다시 불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첫 메이저리그 나들이 소감을 밝혔다.

/ 고석태기자 kos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