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아니면 특검을 해서라도 최규선 스캔들에서 밝혀내야 할 핵심은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 그리고 또다른 권력실세와 그 측근들의 개입
여부다. 당연한 것을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이 사건의 줄거리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고, 중심인물인 최씨의 말도 자꾸만 이랬다 저랬다 해서
자칫 본질이 흐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체육복표 관련 주식
수만주를 싼값에 매입해 차익을 남긴 것은 그가 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
개입했다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한때 정권인수위에서 일한 정도의 이력만 갖고 그같은 막대한
이권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칭을 했든 실제 끈이
있었든, 뭔가 힘센 배경을 뒤에 업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또 최씨가 이 주식들을 차명거래하면서 직원들 명의를 빌린 한 토건회사의
운영자는 다름아닌 김홍걸씨의 손아래 동서다. 뿐만 아니라 최씨의 전
비서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김홍걸씨에게 4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돼 있는
사업가와 김홍걸씨와의 돈거래 얘기, 현 정부 고위인사가 이사실을 알고
조심하라고 경고했다는 얘기, 또다른 여권 실세의 아들과 연관된 얘기가
마구 튀어나온다. 이런 정황들을 보고도 김홍걸씨나 권력주변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최씨가
김홍걸씨에게 여러 차례 거금을 주었다면서 한편으론 아무런 '대가성 '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정상적 사고로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98년 자기가 사직동팀의 내사를 받을 때 김홍걸씨가
대통령에게 부탁해줘 무혐의 처리됐다는 최씨의 말은 범상히 넘길 얘기가
아니다. 이 말의 진위를 가리는 방법은 사직동팀의 내사가 무혐의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 이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다시 최씨를 수사해
검찰에 구속을 품신했으나 몇달 후 결국 무혐의 처리된 경위를 정식으로
조사하는 것밖에 없다. 아버지인 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