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의 화려한 춤과 노래… '물랑루즈'

  • 최원석기자 ws

    입력 : 2001.10.18 18:35

    19세기 말 파리 최고의 댄스클럽...오직 즐거움을 향하여!

    사틴(왼쪽)과 사랑에 빠진 시인 크리스티안.(왼쪽 사진),사틴(왼쪽)과 그녀를 후원하는 워체스터 공작.

    영화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물랑루즈 (MoulinRouge·26일 개봉)’는 터무니 없는 얘기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세트처럼 보이는 19세기 말 파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너바나’까지 시대·장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귀익은 노래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화려한 춤, ‘별들이 소곤대는’밤에 연인에게 속삭이는 '난 사랑을 믿어요. 사랑은 공기와 같거든요(I believe in love. Love is like oxygen)' 따위의 유치한 대사는 영화를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과 즐거운 화학작용을 일으킬 접점을 찾아낸다는 점에선 이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영화도 드물 것 같다.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면서 갑자기 쓰러지는 여자나 격정을 못이겨 자살하는 남자의 과장된 연기에 열광하는 것은 내용이 리얼한 탓이 아니라, 화려한 무대·음악에 극적인 구성이 더해진 이 멋진 종합예술의 특수한 매력 때문. ‘물랑루즈’를 본 뒤, ‘뻔한 구성’이라고 쉽게 얘기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1900년 전후의 파리. 젊은 시인 크리스티안(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은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파리 최고의 댄스·사교 클럽 물랑루즈를 찾으면서, 자신을 스타로 키워줄 돈많은 공작으로 착각한 물랑루즈 최고의 댄서 사틴(니콜 키드먼·Nicole Kidman)과 사랑에 빠진다. 사틴은 진짜 공작의 도움으로 크리스티안이 쓴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게 되고, 공작의 돈과 크리스티안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영화는‘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관객에게 얼마큼 많은 즐거움을 안길 수 있을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을 담은 영화다.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 로고와 함께 예의 익숙한 음악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의 ‘깜짝쇼’를 선보인 뒤, 붉은 커튼이 걷히며 영화 속 화면으로 관객을 안내할 때부터‘이 영화를 한 편의 쇼로 봐 달라’는 의도를 분명히 한다.



    ‘댄싱 히어로(Strictly Ballroom)’‘로미오와 줄리엣(Romio+Juliet)’에서 볼룸 댄스와 셰익스피어 고전을 소재로 감각적 영상을 만들어냈던 호주 출신의 바즈 루어만(39·Baz Luhrman) 감독은‘물랑루즈’를 통해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연인을 사랑하다 병으로 죽어가는 사틴과 젊고 재능 넘치지만 무일푼인 크리스티안에게는 푸치니 오페라‘라 보엠(La Boheme)’의 미미와 로돌포, 베르디 오페라‘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모습이 투영돼 있고, 크리스티안이 사틴을 구하러‘악의 세계’물랑루즈로 찾아간다는 설정은 글룩 오페라‘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t Euridice)’를 본뜬 듯 하다.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라는 두 할리우드 스타가 물랑루즈라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에서 벌이는 연기 대결과 더불어 두 사람의 노래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대
    단한 매력이다. 크리스티안이 엘튼존의‘유어 송(Your Song)’을 열창할 때나, 크리스티안·사틴이 비틀스, 필 콜린스 등의 히트곡을 차용한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Elephant Love Medley)’로 교감할 때는 음악의 힘이 절로 느껴진다.

    냇킹 콜이나 패티 라벨의 옛 명곡을 데이비드 보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이 부르는 것도 인상적. 여기에 MTV 스타일의 속도감 있는 카메라 워크와 컴퓨터 그래픽에 힘입은 재기 넘치는 특수효과, 물랑루즈의 3층짜리 코끼리 집 등의 화려한 미술 세트 등이 더해져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물랑루즈’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호화로움의 최고 수준까지 치달으며 대단한 재미를 선사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관객이 숨 쉴 공간이 적다는 단점도 분명 존재한
    다. 그러나‘물랑 루즈’라는 롤러코스터에 2시간 동안 몸을 실은 이상, 즐거움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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