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A.I.(인공지능)/ “진짜 인간이 되어야해…”

  • 최원석기자 ws

    입력 : 2001.08.09 19:03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본·제작·감독을 맡은 ‘A.I.’(Artificial
    Intelligence·10일 개봉)는 사랑받기 위해 진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12살짜리 로봇 소년 이야기다. 99년 작고한 거장 스탠리 쿠브릭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기획을 스필버그가 이어받은 이 영화는 미래 사회에
    대한 쿠브릭의 날카로운 비전을 스필버그 특유의 감상어린 감성으로
    스크린에 옮겼다. 개봉 때까지 영화 속 많은 부분이 비밀에 붙여져
    더욱 화제를 낳았던 영화다.

    머지 않은 미래 세계. 인구 억제를 위해 출산을 통제하는 대신, 로봇들이
    인간의 일을 돕는다. 로봇공학자 하비(윌리엄 허트) 박사는 감정을 가진
    로봇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을 개발하고, 데이빗은 불치병에 걸려
    냉동상태에 있는 아들을 둔 헨리와 모니카(프란시스 오코너) 부부에게
    입양된다. 그러나 진짜 아들이 되살아나는 바람에 테디 곰인형과 함께 숲
    속에 버려진 데이빗은 엄마가 읽어준 피노키오 동화 속 푸른 요정을
    떠올리며, 요정의 힘으로 진짜 인간이 되면 엄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세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데이빗의 탄생·입양에서
    버림받기까지, 두번째는 지골로 조(주드 로)와 함께 하비 박사를
    찾아가기까지. 마지막은 탄생비밀을 알게된 데이빗이 충격을 받고 바닷
    속에 가라앉은 뒤의 이야기다.

    첫부분은 빛과 어둠이 혼재된 미래사회의 비주얼과 잘 짜여진 구성이
    주는 긴장감이 팽팽히 맞서면서 탁월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먹지는
    못하지만, 부모의 식사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데이빗. 숟가락 뜨는
    시늉을 하며 히죽 웃어보일 때 그의 눈빛이 슬프다. 바보스러울 정도의
    천진함과 쿠브릭의 걸작,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HAL 9000’을
    연상케 하는 섬뜩함이 공존하는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는 영화를
    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고철 신세가 될 뻔한뒤 환락의 도시를 거쳐 하비 박사를 찾아가는 두번째
    부분은 초반부의 강렬한 인상에 비해 초점이 다소 흐트러진다. 데이빗은
    자기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프로그램된 로봇임을 알게 된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데이빗의 사랑과 슬픔이 프로그램된 것이라면, 도대체
    진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다분히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물음을
    던진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문제들을 끄집어낸 셈이다.

    특수효과의 기술력과 이를 이끌어내는 상상력의 산물인 ‘A.I.’의
    비주얼은 특히 폐기물 축제와 루즈 시티가 나오는 두번째 부분에서
    부각된다. 그러나 데이빗과 푸른 요정의 ‘바다속 만남’이 주는 시적인
    감흥을 빼고는, 대부분 어디선가 봤던 이미지들로, ‘새롭다’는 느낌을
    주기엔 모자람을 드러낸다.

    영화의 끝부분은 보기에 따라 모호할 수도 있다. 평단의 시선이 엇갈린
    것도 그 부분이다, 냉소적이고 철학적이며 급진적인 쿠브릭과 감성을
    다룰 줄 안다는 스필버그의 이상적 결합? 평가는 결말에 대한
    해석만큼이나 자유롭겠지만, 쿠브릭이 “이 영화는 당신의 감성적인
    부분과 더 잘맞는다”며 스필버그에 감독을 맡겼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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