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을 잊고 사는 시대, 찾아야할 것을 찾지 않는 시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잃어버린 것을 잊고 사는 시대, 찾아야할 것을 찾지 않는 시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조선일보
입력 2019.10.24 03:00 | 수정 2019.10.25 15:28

흰물결아트센터
우리말 클래식 뮤지컬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

"또 신발 잃어버렸냐? 너도 남의 신발 하나 신고 와봐라~"

섬에서 도시로 입학시험을 치러 간 그날, 누군가 그의 신발을 훔쳐 갔다. 입학 후에도 계속해서 도둑맞다가 열 켤레째 잃어버린 날, 냄새나는 신발짝을 신고 온 그를 보고 어머니는 "너처럼 요령 없는 사람이 커서 밥벌이라도 하겠냐!"며 걱정이 태산 같았다. 시골에서 자라 도시에 온 어린 소년이 겪었을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신발을 열 켤레나 잃어버린 덕분에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청소년 시절에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를 찾아보기로 했다. 신발을 훔쳐 간 친구들의 사연도 궁금했다. 40년 전에 잃어버린 신발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왜 그 신발을 찾으려 하는 것일까? 그가 진정 찾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는 윤학 흰물결아트센터 대표가 변호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이자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월간독자 Reader'에 윤학 대표가 연재한 글을 모아 15년 전 출판한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는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6월 22일에 클래식 뮤지컬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윤학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7년부터 글과 책에 마음을 쏟았고, 삭막한 대법원 앞에 문화 공간 '흰물결아트센터'를 만들어 10여 년 동안 200여 회의 음악회와 오페라 무대를 열었다.

뮤지컬을 보러 가면 비슷비슷한 멜로디가 스피커를 타고 귀가 찢어질 듯 울려 퍼진다. 화려한 분장의 배우들과 정신없이 돌아가는 무대장치까지 가세해 눈과 귀를 빼앗지만, 막상 그 공연이 끝나면 공허함은 더 커진다. 윤학 대표는 그 소란스러움과 공허함을 극복해보고 싶었다. 수백 년간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은 클래식 음악에 동시대 사람들의 삶을 버무린 뮤지컬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더불어 그 아름다운 아리아와 가곡이 외국어로 불리고 있어 관객들의 가슴 깊이 닿는 데는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늘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성악가를 옆에 앉혀두고 한 소절 한 소절 불러보게 하면서 우리말 가사로 새롭게 작사했다.

언어에는 혼이 있었다. 성악가들은 외국어로 노래 부를 때는 정작 가사의 뜻을 생각하느라 그 느낌에 푹 빠지지 못했는데, 우리말로 부르니 그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아 멜로디에 담긴 숨결까지 느껴진다고 했다. 관객들도 외국어로 들을 때는 뜻을 몰라서 지루했는데 노래의 느낌을 고스란히 알아차리니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이 감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클래식 뮤지컬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는 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잃어버린 것을 잊고 사는 시대, 찾아야 할 것을 찾지 않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진정 찾아야 할 것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하는 뮤지컬이다.

박종만 목사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잃어버린 내 삶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쳤다"고 말하며,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 못지않게 나에게 또 다른 삶의 예배를 경험하게 했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고등학생 신승희 양은 "뮤지컬을 본 후 정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건 신발 열 켤레가 아니라던 그 말이 마음 깊이 남았다"고 이야기하며, "어릴 적 순수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지금 나는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양심을 버리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방송작가 이민희 씨는 "성악가들의 수준 높은 노래와 능청맞게도 잘하는 연기, 심금을 울리는 앙상블 연주로 마지막까지 깊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는 평을 했다.

지난 6월 22일 개막 공연에 이어 8월 17일 공연 때는 470석이 매진됐다. 미처 예매하지 못한 관객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그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1월과 12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

공연 시간  
11월 23일(토) 3시
12월 7일(토) 3시
12월 14일(토) 3시,7시
12월 21일(토) 3시,7시
티켓 가격 R석 5만원 / S석 4만원 / A석 3만원
장소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2호선 서초역 7번 출구)
공연 문의 및 예매
인터넷 예매
출연자 안희도(바리톤) 이세희(소프라노) 김재민(테너) 김가람, 조영훈(피아노) 김영준, 장수민(바이올린) 임이랑, 구희령(첼로) 황효진(플루트) 이법승(오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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