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노벨과학상을 위해"… 물리학·화학·생명과학 분야 유망한 과학자 3명에 시상

"최초 노벨과학상을 위해"… 물리학·화학·생명과학 분야 유망한 과학자 3명에 시상

조선일보
입력 2019.08.28 15:56

2019 제2회 한성과학상

2019 제2회 한성과학상
한국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의 '징검다리'가 될 젊은 과학자들이 '한성과학상'을 통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됐다.

한성 손재한 장학회는 경기도 화성의 YBM 연수원에서 제2회 한성과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3개 분야에서 젊은 과학자에게 시상하는 한성과학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0만원 및 부상이 주어진다.

제2회 한성과학상 물리학 분야 수상자는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민범기 교수였다. 그는 인공 구조체의 배열로 구성된 메타물질과 전자기파 사이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 이를 이용하여 전자기파의 다양한 특성을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민 교수는 "미국 대학서 박사과정 중일 때 물리학과의 한 저명한 교수님께서 30여 년 전에 쓰셨던 본인 전공 분야의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의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논문을 읽어보았을 때, 저는 그 교수가 자신이 해결하고 싶어 했던 문제들을 30여 년 동안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동시에 연구자로서 장기적으로 연구를 바라보고 긴 호흡으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라고 인상 깊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보다 멀리 보고 조금 더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자 합니다"라며 "한성과학상 수상을 계기로 연구에 임하는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 앞으로 20년 후에는 저 또한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연구자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화학 분야에선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한순규 교수가 수상했다. 그는 생합성 가설에 기반 한 합성 전략을 통해 학계의 난제로 여겨지던 포스트-이보가 및 이합체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 천연물의 화학적 합성에 성공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유기화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가 기대된다.

제2회 한성과학상 수상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왼쪽부터 물리학 분야 수상자 민범기 교수와 부인, 화학 분야 수상자 한순규 교수와 부인, 생명과학 분야 이승재 교수와 어머니가 나란히 서 있다. 앞 가운데에는 손재한 한성손재한장학회 이사장이 함께했다.
제2회 한성과학상 수상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왼쪽부터 물리학 분야 수상자 민범기 교수와 부인, 화학 분야 수상자 한순규 교수와 부인, 생명과학 분야 이승재 교수와 어머니가 나란히 서 있다. 앞 가운데에는 손재한 한성손재한장학회 이사장이 함께했다.
한 교수는 "이 상이 저의 연구 성과가 압도적으로 뛰어나서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향후 인류에 도움이 되는 최우수 연구 성과를 내어 노벨상을 받으라는 격려이자 채찍질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설렘도 있습니다"라며 겸손한 가운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또 "제가 중학생 시절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금처럼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독립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카이스트 교수가 되고 나서는 저 자신에게 진정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로 임용된 지 만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위대한 연구 결과는 인간의 상상력 밖에 있기에 처음에는 예측을 하기가 어렵지만, 철저하게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다가가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결과가 나옵니다. 자신감과 성실성을 이어감으로써 앞으로 훌륭한 연구결과를 더 많이 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 수상자는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로 정해졌다, 그는 리보핵산(RNA)의 품질 조절로 건강 수명을 증진하는 생명과학의 원리를 밝혀, 노화 연구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로서 앞으로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가 기대된다.

이 교수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 마니아, 소위 '생물 덕후'였습니다. 연구자이며 교수인 제 안에는 아직도 백과사전의 동식물이 나오는 부분을 반복해서 읽고, '파브르 곤충기'에 심취했던 어린 아이가 들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신기하고 재밌었던 일을 직업으로서도 나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제게 엄청난 행운입니다"라며 "저의 연구실에서 실험을 수행한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은 연구팀의 선수이고 저는 격려하는 감독이기에, 제 실험실 구성원들에게 상이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성 손재한 장학회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조속히 배출되기를 염원하며 2013년 장학회 설립 당시 한성 손재한과학상(本賞)을 제정했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 4개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경우 노벨상금과 동일한 액수의 특별포상금을 지급하기로 정하고 수상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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