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향한 나의 꿈 레디~ 액션!

영화를 향한 나의 꿈 레디~ 액션!

입력 2019.08.29 03:00 | 수정 2019.08.29 09:51

롯데컬처웍스 영화제작 체험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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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 체험캠프에서 고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3분 내외의 단편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아이들과미래재단 제공
영화 '시네마 천국'의 꼬마 토토에게 영화는 세상의 전부였다. 토토는 영화광에 그치지 않고, 유명한 영화감독이 됐다. 아마 극장 '시네마 천국'의 관람석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영사실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토토에게는 친구이자 이정표였던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있었다. 지금 영화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에게 '시네마 천국'과 알프레도가 있다면, 꿈을 더 구체화해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롯데리조트부여에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인이 되기를 꿈꾸는 고등학생 51명이 모였다. 아이들과미래재단과 롯데컬처웍스가 함께 마련한 2박3일 동안의 영화제작 체험캠프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제작 체험캠프는 영화 촬영에 대한 이론과 기법에 대한 수업, 기획 및 시나리오 작업, 촬영과 편집, 영화마케팅의 이해와 영화상영회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기존에 진행하던 영화제작교실을 집약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것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울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말하며, "자기소개서 등을 꼼꼼히 적은 참가자 위주로 선발했다"고 귀띔했다. 영화감독 김태엽 씨가 영화에 대한 지도를 맡았으며, 롯데컬처웍스 대학생 서포터즈 그룹인 '캐롯'과 한예종 시나리오 전공자 등 해당 분야에 조예가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멘토들이 함께 했다.

첫째 날에는 '롤러코스터를 통해 영화 배우기'라는 창의 활동을 하며 몸을 풀었고, 6~7명씩 조를 짜 배우, 감독, 촬영 감독, 미술 담당, 음향 녹음 담당 등 역할을 분담했다. 밤에는 LED 조명과 반사판을 활용해 야간 촬영을 체험했다.

둘째 날은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

조별로 완성할 영화는 영화기법과 장르, 키워드를 사다리 타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슬로모션, 좀비, SF ▲무성, 호러, 학교 ▲흑백, 판타지, 다중인격 ▲타임랩스, 자유, 엄마 ▲다큐, 코미디, 마약 ▲핸드헬드, 멜로, 자유 ▲뮤지컬, 시대극, 전염병 ▲패러디, 액션, 2002 등 예상치 못한 조합들이 나왔다. 이중 다중인격, 마약, 2002, 전염병은 학생들이 제안한 주제였다. BTS도 후보 중 하나로 언급됐지만,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제외됐다. 김태엽 감독은 “키워드를 학생들이 직접 제시해서 채워 넣으니, 집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촬영에 앞서 영화를 풍성하게 할 소품들이 강의실에 펼쳐졌다. 학생들은 확성기, 환자복, 권투 글러브, 가발, 피 묻은 의사 가운 등 저마다 필요한 소품들을 챙겼다. 리조트 내 한복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렸고, 파란 야구 유니폼은 리폼을 거쳐 캡틴 아메리카 의상으로 변신했다. MBC아카데미뷰티스쿨에서 나온 헤어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길도 더해졌다. 리얼한 좀비와 섬뜩한 뱀파이어, 귀여운 피카츄가 탄생했다.

분장을 마무리한 뒤, 각자의 촬영 스폿으로 흩어졌다. 호텔 방은 침실과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변모했고, 지하주차장도 많은 팀이 선택한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중정에서는 사극의 분위기를 물씬 살린 촬영이 이어졌다. 현대적인 건물에 전통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롯데리조트부여는 시대극부터 판타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시나리오를 소화하기에 제격이었다.

세차게 내리던 장맛비도 잠잠해져 야외 촬영을 도왔다. 멘토는 학생들과 함께 촬영을 진행하며 ‘꿀팁’을 줬다. “레디~액션! 하고 3초 후부터 연기해. 그래야 편집이 쉬워”. 옆에서 지켜보던 김 감독도 한 마디 건넸다. “마이크는 무조건 소리 나는 곳에서 가까이 대세요. 촬영 감독이 마이크가 화면에 걸리는지 말해줘야 합니다”.

학생들은 슬레이트 대신 스마트폰에 슬레이트 앱을 다운 받아 활용하기도 했다. 디지털 세대의 응용력이 곳곳에서 빛났다. 각 팀들은 연기 후 어색한 부분의 대사를 수정하며 공을 들였고, 식사도 미룬 채 촬영에 임했다.

정해진 촬영 시간이 끝난 뒤, 편집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소스 확인부터 시작해 크레딧으로 마무리한다는 기본 순서부터 ‘중요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 없는 것을 버린다’는 키포인트까지 편집의 기술이 전수됐다.

영화제작 체험캠프는 무릇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란, 실제 어떤 작업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알차게 알려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촬영 전에는 키워드 3가지와 사진 한 장으로 영화를 설명하는 ‘제작 발표회’를 가졌고, 촬영 후에는 포스터와 SNS에 올릴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마지막 날은 ‘영화 상영회’로 마무리됐다. ‘꼰머: 인간 세상으로 간 좀비’라는 부제를 가진 ‘다시 만난 세계’, 소리로 사람을 알아채는 귀신이 등장하는 학교 호러물 ‘쉿’, 연예인의 마약 스캔들을 풍자한 ‘추적 6분’ 등 다채로운 작품이 탄생했다. 3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작품들도 있었다.

2박 3일 동안 함께 한 김 감독은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직접 듣고, 영상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잘한다. 영상 언어에 대한 감도 굉장히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며, “언젠가 이들이 영화인이 되어 경쟁자가 되면 두려울 것 같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 역시 다양한 면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쉽게 배워서 좋았다”, “힘든 과정이 한 편의 영화로 결실을 보아 뿌듯했다”, “연기 등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영화산업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발로 뛰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았다”, “팀워크와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앞으로 모든 영화를 다르게 보게 될 것 같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알고, 열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매우 어렵고 드문 일이기도 하다. 영화제작 체험캠프는 영화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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