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세대… 新중년 '새로운 삶'이 즐겁다

50+ 세대… 新중년 '새로운 삶'이 즐겁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24 16:44

50+ 세대… 新중년 '새로운 삶'이 즐겁다
Getty Images Bank
여기에 한 사람이 있다. 그가 태어났을 때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흔히 말하는 '베이비붐'이 일어났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많았고, 그런 만큼 귀한 대접보다는 많고 많은 말썽꾸러기 중 하나로 취급받았다. 많은 형제와 동네 아이들 틈에서,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그는 꿋꿋하게 자랐다. 학교에 갈 때가 되어선 한 반에 100명 가까운 친구들이 들끓는 '콩나물 교실'에서 학창시절을 시작했다.

통제가 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새마을운동을 중요시하며 자랐지만, 청년이 되어서는 점점 풍요로워지는 경제 성장의 혜택도 봤다. 가난에 찌들어 평생 일만 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그는 정규 교육을 모두 받았고 식민지 시대의 아픔이나 전쟁은 겪지 않았다. 많이 배운 만큼, 힘들었던 부모 세대와 자식을 모두 부양하며 누구보다 바삐 젊은 시절을 보냈다.

50대를 넘어선 지금, 그는 여전히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 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첨단 기기 사용에도 제법 능숙하다. 스스로도 "내 부모 세대가 50대일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2030세대와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세대 갈등이 격화된다는데, 왠지 더 나이가 들수록 자식 덕은 못 보고 젊은이들에게는 미움만 받을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들이 왔다, '50+세대'

이들이 바로 '50+세대'이다. 50년 이상을 살아왔지만, 살아갈 날 역시 약 50년이 남아 있는, 지금까지 없었던 '신세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71년 62.3세에 불과했다. 약 50년 전만 해도 '환갑'이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라는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 평균 수명은 81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0+세대'의 탄생 및 성장과 함께, 평균수명 역시 30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신중년'이라고도 불리는 현재의 '50+세대'는 청년 계층이 보기에는 '노인'에 가까울지 모르나, 인생의 황혼기라는 느낌을 풍기는 '실버'나 '시니어'로 정의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만큼 더 살아가야 하는 만큼, 누구보다 미래와 배움에 관심이 많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경제활동참가율 추이
◇대한민국의 중심 '나야 나'

'50+세대'는 사실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현재 50~64세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50+세대'는 전후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세대인 관계로 일단 숫자가 많다.

2016년 6월 기준 주민등록인구 자료에 따르면, 1955년생은 70만3863명으로 1954년생(55만4450명)보다 약 15만 명이나 더 많다. 뒤로 갈수록 베이비붐의 기운은 더욱 세져서, 1959년생은 97만858명, 1960년생은 90만9924명이나 된다. 한 해에 100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태어나던 시대다. 이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가 장년이 된 '50+세대' 역시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머릿수'가 많고, 노동시장에서 지금까지 활발한 활약을 펼쳐 온 만큼 이들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저출산에 초고령화가 겹치며, 2015년 50세 이상 고령자의 인구 구성 비율은 29.2%였지만 2050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 30년 뒤인 2050년은 현재의 '50+세대'가 진정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게 되는 시기일 것이다.

'50+세대'라는 말은 독일에서 시작되었는데, 2000년대 중반 독일에서 50+세대 고용정책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이다. 당시 이미 독일에서는 일명 '50+세대'가 독일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었다.

◇'50+세대'가 배우고 싶은 것은?

어린 시절,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척박함 속에서 자란 '50+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과 풍요로워지는 세상,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지켜봤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을 어느 세대보다 피부로 느끼며 50대에 들어선 이들은, 앞선 세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삶에 쫓겨 철학적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던 이전의 세대와 달리, '50+세대'는 젊은 시절의 직업에서 은퇴를 바라볼지언정 아직까지 살아온 만큼을 더 살아가야 한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해야 가치 있는 삶인가" 등 청년들이 할 법한 고민을 여전히 한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있는 만큼, 2030세대의 문화나 첨단 기술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한 '50+세대'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해도 방법을 모르기 쉽다. 무조건 굽히고 들어가서 '젊은이 문화'를 배우겠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결국은 "요즘 애들은 참 이상해"라는 만고불변의 결론만 나오기 쉽다.

◇열정 넘치는 '50+세대'가 가야 할 곳은?

이러한 '50+세대'의 현실에 초점을 맞춰, 서울시는 '인생 이모작 지원 사업'을 선보였다. 또한 50+재단을 출범시키고 서울 불광동 혁신파크 안에 '50+제1캠퍼스'를 만들었다. 50+캠퍼스에서는 '50+세대'들에게 필요한 일자리, 창업·사회참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산광역시도 비슷한 성격의 '50+프라임 센터'를 세웠고, 수원시 평생학습관에는 '50+세대'의 인생수업을 내세운 '뭐라도학교'가 있다. 이러한 '50+세대'를 위한 공간들은 단순히 이들을 위한 수업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각자의 재능을 살려 사업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밖에 '평균 연령 60대, 정년은 100세'를 내세우고 있는 시니어 전문 IT 회사 '에버영코리아'와 같은 기업도 '50+세대'가 주목해 볼 만한 사례다. 에버영코리아는 네이버 포털 서비스 내의 이미지, 영상, 커뮤니티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내, 시니어들의 능력을 입증했다. 이곳에서는 자체 평생교육원인 '에버영아카데미'를 2019년 설립, 코딩 및 동영상 편집,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과정 등 '스마트 시니어'들이 관심을 갖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50+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및 평생교육이 활발한 실험을 거듭하는 모습은 현재의 '50+세대'가 과거에 같은 나이였던 어느 세대보다 건강하고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50+세대'가 능력과 열정이 있지만 일이 없는 이들이 아니라, 누구나 '인생 이모작'에 성공하는 첫 세대가 되기를 초고령화 사회 초입의 모든 국민은 바라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