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과정'이 변하고 있다

'최고위과정'이 변하고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6.27 03:00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단순 취미 넘어 전문가 차원의 지식·정보 전달이 목적
문화예술·미식문화 프로그램 등
개인 역량 강화에 맞춘 최고위과정이 새로운 트렌드

잘 나가는 전문가들끼리 모여 경영 트렌드를 공유하는 기회 정도로 여겨지던 최고위과정(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경영자 재교육만으로는, 식견이 높아진 기업 최고경영자나 고위 공직자 등 사회 각 분야 리더들에게 선택받기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최고위과정 또한 교육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시도하게 됐다.

그 방향성 또한 확실하다. 최근 개설되는 최고위과정들은 수강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전문 지식과 인맥을 제공한다. 중장년층 이상이 대부분이던 연령 또한 세분화된 경우가 많다. 또 특정 지역 중심 비즈니스 종사자에 특화된 과정들이 늘어났으며, 개설 주체 역시 특정 대학이나 대학원은 물론 언론사를 비롯한 기타 기관들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정연학 단국대 경영대학원 주임교수는 "서울, 경기권역에만 약 500개가 있을 정도로 최고위과정이 최근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라면서 "그 면면을 살펴보면, 여유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던 과거의 최고위과정과는 확연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확실한 특징과 함께, 평생교육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대한민국 각 분야 리더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최고위과정의 변화를 짚어본다.

◇애매한 '경영'은 가라! 듣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세부 전공

단기 비학위 교육과정인 '최고위과정'은 1970년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경영대학을 중심으로 기업 경영자 재교육 수요를 감안해 설립됐고, 그 뒤 다른 대학들로 확산됐다. 보통 6개월~1년 정도의 기간에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머쥔 기업 CEO나 고위 공직자 등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쌓고, 특화된 강의를 통해 경영 트렌드와 실무 지식을 얻는 자리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막연한 '경영학 강의'에 대한 수요는 세월이 지나며 점점 줄어들게 됐다. 개설 주체의 특징은 물론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 세부 전공들은 최근 최고위과정 수강생들이 어떤 강의를 원하는지 보여준다.

많은 최고위 과정들이 '100세 시대', '힐링 트렌드'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춰 탄생하고 있다. 시니어(실버) 산업 관련 최고위과정이 등장하는가 하면, 정신 건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최고위과정도 등장했다. 나날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산업 관련 최고위과정 역시 이 분야에서 좀 더 전문성을 갖고자 하는 종사자들에게 맞춤 지식을 제공한다.

'전공'뿐 아니라, '취미'나 '개인 역량 강화'에 맞춘 최고위과정들이 생기는 것 또한 새로운 트렌드이다. 단순 취미를 넘어 전문가 차원의 지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 최고위과정,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고 있는 일과 상관없이, 개인 역량강화를 통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대중 앞에서 효과적으로 스피치 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스피치 최고위과정,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자산관리 최고위과정이 마련됐다.

사회적 리더들의 인맥교류 및 경영 트렌드 파악 수단 정도로 생각되던 '최고위과정'이 수강생들의 수요와 맞물려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정보 제공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리더들의 인맥교류 및 경영 트렌드 파악 수단 정도로 생각되던 '최고위과정'이 수강생들의 수요와 맞물려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정보 제공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리더들의 인맥교류 및 경영 트렌드 파악 수단 정도로 생각되던 '최고위과정'이 수강생들의 수요와 맞물려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정보 제공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리더들의 인맥교류 및 경영 트렌드 파악 수단 정도로 생각되던 '최고위과정'이 수강생들의 수요와 맞물려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정보 제공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리더들의 인맥교류 및 경영 트렌드 파악 수단 정도로 생각되던 '최고위과정'이 수강생들의 수요와 맞물려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정보 제공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 MBC아카데미·연세대·동국대 제공
◇연령·시간대·관심 지역에 따라 '섬세한 분류'

흔히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위과정은 중장년층 이상의 수강생들이 많이 찾는 '평생교육'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핵심 타깃에 맞춰 연령 제한을 두고 있는 최고위과정도 있다. 40세 이하여야 수강할 수 있어 젊은 경영자나 경영자 2, 3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한 최고위과정의 경우, 평일 저녁에는 서울에서 시간을 내기 힘든 이들의 사정에 맞춰 수업 시간대를 매주 금요일 오후로 조정할 만큼 유연하게 운영된다.

또한 최근 특정 지역의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과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단순히 해외 비즈니스 전반이 아닌 구체적인 지역과 나라(중국에 이어 베트남, 북한)에 포커스를 맞춘 과정들이 다수다.

이러한 최고위과정에선 해당 지역 비즈니스 직무에 종사하는 수강생끼리의 철저히 실무 중심적인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얻을 수 있다. 과거 최고위과정에서의 막연한 친목 도모와 달리, 사업에 곧바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실속 있고 트렌드 적응 빠른 언론사 및 개별 기관 최고위과정

미디어의 발달과 4차 산업 시대의 도래로, 학위를 따지 않아도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에선 더욱더 그렇다. 그 때문에 기존 대학 중심의 최고위과정들이 '동문 대우', '경영 지식 전수'라는 이점만으로는 이전보다 많은 수강생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타이틀에서 앞서는 몇몇 명문대 외의 기존 'AMP' 과정은 수강생 부족으로 거의 정리 국면에 들어간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른 대학 외 개별 기관들이 장점을 살려 최고위과정 개설에 나서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대학의 최고위과정은 어느 단과대학에서 최고위과정을 개설할 것인지에 대한 대학 내의 의견조율 및, 대학 재직자를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강사진 선정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와 달리, 언론사나 연구소 등 개별 기관들은 트렌드 반영이 쉽고, 강사진 선정 면에서도 제약이 없어 훨씬 용이하다. 이론보다 실무 전문성이 높아, 수강생들의 공감도가 높은 강사진은 대학 밖 최고위과정들의 강점이다.

최고위과정 개설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정연학 단국대 경영대학원 주임교수는 "기존 AMP 과정의 시대가 갔다 해도, 산업별로 세분화된 경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많지 않다"라며 "사회에 진출한 수강생들끼리 특정 분야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장이 된다는 점에서도, 새롭게 변신하고 있는 최고위과정의 미래는 밝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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