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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사건은 2002년 5월 21일 오마이뉴스가 김대업씨의 말을 인용, ‘이회창 후보측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김씨는 7월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집중 공격했다. 김씨는 대선 이후 구속됐다.
대법원2부(주심 김용담·金龍潭)는 최근 “당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의 발행인 오연호씨 등 4명과 주간지 ‘일요시사’의 발행인 이용범씨 등 2명은 한나라당측에 합계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김대업씨는 5000만원, 오마이뉴스측은 9000만원, 일요시사측은 2000만원을 한나라당에 배상해야 한다.
오마이뉴스와 일요시사는 2002년 5~6월 김씨의 제보를 받고 ‘1997년 대선 직전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오마이뉴스는 또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3~4일 “한나라당이 제3자에게 돈을 주고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역 관계자에게 돈을 주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김대업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키려 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법원은 김대업씨의 제보와 두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당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인 악의(惡意)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 보도로 한나라당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그 영향이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명백하다”고도 했다.
대법원이 2002년 대선 내내 쟁점이 됐던 이른바 ‘병풍’의 첫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정 판결한 것이다. 병풍 전체가 조작된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판결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첫 보도가 오보임이 밝혀짐으로써 이 사건 전체가 허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에선 김씨의 일방적 주장을 이 후보 공격의 소재로 활용했던 당시 민주당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과 오마이뉴스 등이 주도한 병풍공작에 대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병풍사건이 지난 대선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것”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사건인데도 1억6000만원만 배상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거 없는 의혹으로 특정 정치인이 받은 비난과 우리 정치 역사가 바뀐 것은 어떻게 보상받느냐”고 했다.
반면 김대업씨 변호인 출신인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