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를 노인으로, 윤은혜를 뚱녀로 만드는 유망 직업

  • 글 jobsN 장유하 인턴

    입력 : 2019.10.08 09:21

    특수분장 전문업체 ‘Cell’
    괴물, 부산행 등 200여편 작업
    유명 감독들 러브콜 한 몸에 받아

    영화 ‘괴물’, ‘광해’, ‘국제시장’, ‘부산행’, ‘택시운전사’, ‘신과 함께’는 모두 천만 관객을 넘어선 흥행작이다. 이 영화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엔딩 크레딧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특수분장 전문업체인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Technical Art Studio-Cell)’이다. 셀은 전 특수분장 팀 동료였던 황효균 대표와 곽태용 대표가 의기투합해 2003년에 설립했다. 16년이 지난 지금 셀은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가장 먼저 찾는 특수분장 팀이 됐다. 황 대표와 곽 대표는 영화 ‘부산행’으로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기술상을, ‘대호’로 제53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기술상을 타기도 했다. 최근에는 ‘엑시트’, ‘봉오동전투’, ‘기생충’, ‘사바하’에서 특수분장을 맡았다. 황효균 대표(43)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Cell 황효균 대표. 황 대표가 특수분장을 하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

    ◇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특수분장 전문업체

    - 자기소개를 해달라.

    “특수분장 팀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Technical Art Studio-Cell) 대표를 맡고 있는 황효균이다. 현재 곽태용 대표와 공동대표다.”

    -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에 대해 소개해달라.

    “전 특수분장 팀에 동료로 있었던 곽태용 씨와 2003년도에 같이 설립했다. 그리고 이희은 실장이 합류하면서 팀이 꾸려졌다. 영화나 방송에서 필요한 특수분장, 특수소품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다. ‘신과함께:죄와 벌’, '1987', ‘옥자’, '곡성', '검은 사제들', '암살',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국내 많은 영화, 방송에서 특수분장을 맡았다. 현재는 ‘킹덤 시즌2’, ‘반도(부산행2)’, ‘서복’ 등의 작품을 진행 중이다. 셀의 직원은 총 16명이다.”

    - 팀 내에서 각자 하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고 들었다.

    “나랑 이희은 실장은 미술파트를 맡고 있다. 예를 들면 부검실에서 해부되고 있는 더미(dummy·실험용 인체 모형)를 만들거나 젊은 사람을 노인처럼 늙어 보이도록 만들고 또 마른 사람을 뚱뚱하게 보이도록 인조 피부를 붙이는 작업을 한다. 곽태용 대표는 애니메트로닉스 (Animatronics·사람 또는 동물을 본떠 만든 공기·유압 또는 전기 힘으로 움직이는 로봇) 파트를 맡고 있다. 단순히 얼굴이나 손 모형만 만들면 부자연스럽다. 더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모형 안에 기계장치를 넣어 얼굴이 표정을 짓고 손가락이 움직이도록 만든다.”

    셀의 특수분장을 받은 '오마이비너스' 때의 배우 신민아(왼쪽), '허삼관' 때의 배우 윤은혜(오른쪽)./셀 제공

    셀의 특수분장을 받은 '킹덤'의 좀비와 '곡성'의 박춘배 역./셀 제공

    - 특수분장사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특수분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제 배우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팔이 하나 절단됐다거나 부검이 필요한 장면은 배우가 직접 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괴물이나 좀비 등의 캐릭터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장비를 만드는 것도 특수분장사가 하는 일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엑시트’에서 가스가 나오는 장치도 ‘셀’에서 만든 거다. 또 싸우는 장면에서 필요한 야구 방망이나 각목, 쇠파이프, 칼 이런 것들도 진짜를 쓰면 위험하니까 위험하지 않게 우리가 특수소품들로 만든다.”

    영화 '엑시트'에서 가스를 살포한 트럭./셀 제공

    - 특수분장은 감독이 요구하는 건지. 아니면 시나리오를 보고 직접 결정하는 건지 궁금하다.

    “먼저 시나리오가 나오면 시나리오를 보고 특수분장이 필요한 장면들을 파악한다. 특수분장 혹은 소품이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부분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감독님과 연출팀과 회의를 해 추가로 필요한 것을 결정한다. 컷이나 카메라 앵글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특수분장을 전체를 할지, 부분을 할지 아니면 제작 없이 갈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특수분장을 위해 해부학 공부도 해

    - 우리가 실제로 보기 힘든 신체 장기나 조직을 구현할 때 어떤 걸 참고해서 만드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스크린이나 TV가 화면도 커지고 화질도 좋아졌다. 그래서 만든 게 가짜 티가 나면 몰입에 방해가 돼 최대한 실제처럼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영화 ‘해부학교실’ 할 때는 실제 의대생들이 하는 카데바(해부용 시신) 실습에 참관하기도 했다. 장기 모양, 크기, 근육들이 어떻게 생겼고 색깔은 어떤지 배우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인체 모형을 많이 만들어야 하니 해부학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평소 법의학 책도 많이 본다. 둔기로 맞았을 때는 어떤 상처가 나고 뾰족한 칼에 찔렸을 때는 어떤 식으로 피부가 손상되는지를 공부하기 위함이다.”

    셀이 만든 부검용 인체 모형./셀 제공

    셀이 만든 팔, 다리 모형./셀 제공

    - 하나를 만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보통 인체 모형 하나에 1개월~1개월 반 정도 걸린다. 하나하나 다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같은 것들도 하나하나 심는 거다. 머리카락 심는 것만 해도 두 명이 일주일 동안 심어야 한다. 부검용 인체를 만들 때는 두 달이 걸리기도 한다.”

    -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부산행’ 이나 ‘킹덤’이 기억에 남는다. 좀비가 외국 캐릭터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좀비 분장이 흔치 않았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관객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또 영화 ‘광해’도 기억에 남는다. ‘광해’에 이병헌 씨의 더미가 나왔다. 그런데 그게 더미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수분장사는 관객이 속아주면 성공한 거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영화 '광해'에서 나온 배우 이병헌 더미./셀 제공
    셀이 특수분장 한 '부산행' 좀비./셀 제공

    ◇ 관찰력과 감각이 필요한 직업

    - 특수분장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따로 과정은 없다. 그러나 손재주와 기계적 감각, 미술적인 감각이 필요한 직업이다. 또 사물에 대한 관찰력도 필요하다. 정밀한 작업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충해놓고 다 했다고 하기보다는 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수정해나가면서 더 섬세하게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특수분장사의 처우는 어떻게 되나.

    “직접 촬영 현장에 나가는 직업이다 보니 옛날에는 촬영 나가면 연속해서 밤을 새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영화 현장도 주5일 근무를 한다든지, 휴식 시간을 보장하면서 처우는 좋아지고 있다.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 내부적으로는 주5일 근무를 보장하고 있다. 또 야간작업은 되도록 안 하는 거로 하고 있다.”

    - 특수분장사로서 고충이 있다면.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짜인 게 티나지 않고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어내는 게 항상 고충인 것 같다.”

    셀의 특수분장을 받은 영화 '암살'때의 배우 이정재./셀 제공

    ◇ CG와 협업하는 특수분장

    - 최근 한국 CG(컴퓨터 그래픽스)가 많이 발전했는데. 특수분장과 CG가 다른 점이 있다면.

    “요즘은 CG가 많이 발전해 안 되는 게 없을 정도다. 대신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 특수분장과 CG가 다른 점이 있다기보다는 특수분장과 CG는 협업하는 관계다. 특수분장 팀이 어느 정도 베이스를 만들면 그걸 가지고 CG를 이용한다든지 몇몇 컷에서는 특수분장 팀이 만든 제작물을 쓰고 다른 부분에선 CG를 이용하는 식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릴라 얼굴을 만든다고 해보자. 고릴라의 생김새, 색깔, 털 질감 이런 것들을 아날로그 특수분장으로 해서 만든다. 그런데 고릴라 표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웃는 표정이나, 찡그린 표정 등 이런 것들은 특수분장, 애니메트로닉스로도 한계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CG를 사용한다. 덕분에 옛날에는 ‘한국 기술로는 아직 안돼’라고 했던 것들도 이제는 할리우드 못지않게 가능해진 부분이 많다.”

    셀이 만든 영화 '미스터 고'의 고릴라./셀 제공

    - 특수분장과 특수분장사의 앞으로의 전망은.

    “개인적으로 전망은 좋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영상물은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고 제작환경도 더 좋아지고 있다. 또 옛날엔 특수분장은 대부분 영화에서만 했다. 방송 3사엔 심의가 있어 잔인한 장면이나 수술장면 등은 모자이크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넷플릭스 등 영상을 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특수분장사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

    - 도전해보고 싶은 특수분장이 있다면.

    “영화 ‘헬보이’나 ‘판의 미로’에 나오는 것처럼 완전히 사람 형태를 벗어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전에는 없던 캐릭터, 새로 나오는 캐릭터들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특수분장에 있어 끊임없이 연구하는 팀이 되고 싶다. 또 ‘셀이 한 작업은 진짜같더라’, ‘영화 볼 때 가짜인지 몰랐다’ 등의 말을 듣는 특수분장 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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