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폭언, 폭행…제 유일한 친구는 PC방 게임이었어요

  • 글 jobsN 임헌진

    입력 : 2019.10.08 09:13

    무대 위 백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손짓 하나로 휘어잡는 사람이 있다. 카리스마 뒤에는 아픈 과거가 숨겨져 있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집도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부모님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음악과 게임이 유일한 친구였다. 외로운 삶을 위로해 준 음악과 게임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게임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게임 음악 전문 기업 플래직의 진솔(32) 대표를 만났다.
    플래직 진솔 대표./플래직 제공

    -자기소개를 해달라.

    “게임 음악 전문 플랫폼 기업 플래직 대표이자 클래식 음악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진솔이다. 플래직은 게임 음악을 편곡해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공연을 기획하는 회사다. 2019년 2월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 회사 블리자드와 국내 최초로 게임 음악을 공연하는 전속 계약을 맺었다.”

    -언제부터 지휘자로 활동했나.

    “2012년부터 전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독일 만하임국립음악대학원 지휘과 석사 과정을 밟았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 전주시립교향악단 등을 지휘했다. 해외에서는 바덴바덴 필하모니, 캄머오케스터 하일브론, 남독일 필하모니 콘스탄츠, 캄머오케스터 포츠하임, 불가리아 플로프디프 주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현재 대학 졸업 후 창단한 연주 단체인 아르티제에서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아르티제는 클래식 음악 공연을 기획하는 단체다. 2016년부터는 아르티제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에서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말러리안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또 2018년부터 대구 MBC 교향악단 전임 지휘자로 일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최초로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회사인 플래직을 창업했다. 게임에 나오는 음악을 공연에 맞게 사보·편곡해 오케스트라로 연주한다. 사보는 곡을 악보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휘 중인 진솔 대표./플래직 제공

    -게임과 지휘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힘든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쉬는 시간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날 괴롭혔다. 내 옆자리에 앉아 날 바라보며 욕을 하기도 했다. 너무 화가 나서 수업 중간에 나가버린 적도 있다. 화장실에서 혼자 빵을 먹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가족의 품도 따뜻하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가인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면 폭언을 들었다. 아버지에게 많이 맞기도 했다. 부모님에게 훌륭한 제자가 많다. 다른 제자와 비교를 자주 당했다. 외동딸이라서 더 기대가 크셨던 것 같다.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많이 방황했다.

    집도 학교도 날 반기는 곳은 없었다. 갈 곳이 피시방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많이 했다. 포트리스, 카트라이더, 리니지, 크레이지아케이드,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 다양한 게임을 했다. 밤새 게임을 했다. 순위권에 올라야 직성이 풀렸다. 라그나로크에서는 만렙(최고 레벨)을 찍기도 했다.

    방황하던 중 우연히 세계적인 지휘자인 오자와 세이지 영상을 봤다. 온 힘을 다해 지휘하는 그의 모습에 매료됐다. 단원을 이끌며 교감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지휘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부모님의 간섭과 비판이 두려워 몰래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입시 시험에서는 청음, 시창, 화성법 등을 봤다. 밤새 오선지에 화성법 문제를 풀며 공부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취미는 게임, 직업은 지휘자다. 게임 음악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결합해보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다. 국내에는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만들어내는 플랫폼이 없었다. 그간 국내 게임사는 해외 오케스트라에 일을 맡겼다. 국내에서도 게임과 클래식 음악이라는 각기 다른 문화를 접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플래직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국내 최초로 게임 음악을 공연하는 전속 계약을 맺었다./포스터 캡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어떻게 계약하게 됐나.

    “2019년 2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3년간 게임 음악을 공연하는 전속 계약을 맺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이다. 디아블로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의 게임이 유명하다.

    8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100명이 넘는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스타크래프트의 종족별 테마곡을 포함한 OST(Original Sound Track)를 연주했다. 지난 4월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관객은 게임에서 듣던 음악을 실제 연주로 들으니까 더 좋아하더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은 우연히 진행됐다. SNS에 ‘게임 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있다면 연락 달라’는 글을 올렸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던 분이 글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친구가 게임 회사에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미팅을 진행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관객들도 즐거움을 느낀다. 앞으로도 블리자드 측과 다양한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플래직 진솔 대표./플래직 제공

    -매출이 궁금하다.

    “올해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내년 예상 연 매출은 약 5억원이다. 순수익은 아니다. 투자하는 만큼 공연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사업가지만 아티스트다. 수익이 얼마 남지 않더라도 좋은 공연과 연주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만들어서 후대에 남기고 싶다.”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궁금하다.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나 소품을 모은다. 장식장에 수백 개의 소품이 있다. 10년 넘게 모아왔다. 캐릭터 인형, 다마고치, 한정판 립밤까지 다양하다. 물론 여전히 게임을 즐겨 한다. 요즘에는 포켓몬고와 브롤스타즈를 자주 한다.”

    플래직 제공

    -본인만의 습관이 있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지휘자와 CEO는 비슷한 점이 많다. 리더로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자아 성찰을 자주 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더 나은 의사소통 방법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팀원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 또 많은 사람에게 음악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또 게임뿐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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