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다 떨어지고 ‘한국인 싫다’는 사람들 위해 일합니다

  • 글 jobsN 송영조

    입력 : 2019.09.11 09:06

    사법고시 공부하다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
    14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 인권 상담
    한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다 함께 잘사는 사회 만들어야

    “농축산업에 종사하면서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이주 노동자가 많아요. 삽으로 땅을 파서 용변을 보고 묻죠. 잠금장치가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도 많아요. 여성 이주 노동자는 성폭력 위험도 있어요.”

    우리나라의 외국인 경제활동 인구는 100만명이 넘는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이주 노동자 88%가 단순 제조업에 종사한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은 언어 문제를 겪는다. 또 법 지식도 부족하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를 당해도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이주 노동자의 고충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2004년 설립해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이 수탁 운영 중인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다. 한 달간 이주 노동자와 상담하는 건수는 3000~4000건. 몽골·파키스탄·스리랑카·태국·베트남 등 9개국 통역상담원도 근무한다. 이주 노동자와 14년째 애환을 함께하고 있는 최병규(54) 상담팀장을 만났다.

    최병규(54) 상담팀장.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중앙대 법대 86학번이다. 1996년 졸업 후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고시를 공부했다. 시험에 계속 떨어졌다. 2004년쯤 공인노무사로 목표를 바꿔 1~2년 더 공부했다. 2차 시험에서 불합격해 시골로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친구가 돈을 벌면서 노무사 시험공부도 할 수 있다며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아르바이트였지만 상담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학교에서 배운 법 지식을 현장에서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게 신기했다. 2006년 고시 공부를 접고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초기엔 주로 중국 교포 상대로 상담했다. 임금체불·산업재해·출입국 허가 등 법 지식이 필요한 상담 의뢰가 많았다. 법을 전공한 덕분에 다른 상담원보다 이주 노동자에게 필요한 상담을 잘했다. 5년 만에 팀장 직함을 달았다. 지금은 상담팀 업무를 총괄한다. 또 외부 기관과 협력해 난민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 이주 노동자에게 한국어·컴퓨터·태권도 교육도 한다.”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지내도록 지원한다. 통역·상담·교육을 한다. 이주 노동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언어 문제다. 그래서 한국어와 현지어를 할 수 있는 현지 통역상담원도 있다. 이주 노동자 대부분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한국 법을 잘 모르니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일부 사용자는 이주 노동자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는 게 불법이라고 거짓말한다. 사용자를 믿는 근로자는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법을 교육한다. 이주 노동자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중재할 때도 있다. 센터 직원은 18명이다. 상담팀에선 12명이 근무 중이다. 2018년 센터에서 상담 8만9000건을 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들.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제공

    -보통 어떤 상담을 의뢰하나.

    “우리나라 직장인이 겪는 문제와 비슷하다. 임금체불이 가장 흔하다. 월급 120만원을 줘야 하는데 100만원만 준다. 또 회사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사용자도 있다.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는 회사에 취직한 이주 노동자는 머무를 곳이 없다. 일단 말이 통해야 집을 구할 수 있지 않나. 현지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보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 말뜻도 모르고 답만 외워서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딴다. 그러니 통역 지원이 필요하다. 임금체불을 당하면 우리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대신 쓴다. 근무환경이 더 나은 회사로 옮기고 싶다며 사업장 변경 방법을 알려달라고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법적 절차를 알려준다.”

    -누가 이주 노동자 상담원으로 일하나.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가 많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는 근로기준법이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잘 모른다. 그래서 입사 후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첫 6개월은 근무시간 대부분 교육에 쓴다. 외국인 노동자는 4대 보험 말고도 보험 4가지를 더 적용받는다. 퇴직금 대신 받는 출국만기보험·산재 보호를 못 받을 때 필요한 상해보험·임금체불에 대비한 보증보험·귀국 경비 확보를 위해 가입하는 귀국비용보험이 있다. 관련 법을 알아야 이주 노동자의 고충을 듣고 도울 수 있다.

    그렇다고 꼭 법을 전공한 사람만 일할 수 있다는 법은 없다. 법 전공생은 일을 상대적으로 빨리 시작할 수 있을 뿐이다. 가슴이 따뜻한 분이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 상담이 서비스업인 만큼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오래 일한다.”

    센터에서는 이주 노동자 대상으로 한국어·법·태권도 등을 교육한다.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처우는.

    “일반 사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호봉을 인정받지도 못한다. 13년 일한 팀장인데도 월급이 300만원 아래다. 초봉은 월 20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주 노동자를 상담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사업주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상담원에게 푸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을 도우려 하는데도 우리가 사업주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불신한다. 또 한국인 사업주도 우리를 싫어한다. 좋은 일로 노동자들이 센터를 찾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니 우리를 보면 욕부터 내뱉고 본다. 요즘엔 이주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다가가기 쉬운 현지인 상담원 위주로 위촉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일은.

    “한국에서 오래 일한 성실한 이주 노동자에게는 영주권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아무리 일솜씨가 좋아도 고용허가제에서 정한 16개국 이주 노동자(E-9 비자 소지자)는 10년 이상 한국에 머무를 수 없다. 중소기업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라고 하지 않나.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다. 이주 노동자 관련 법을 보완해 다 같이 잘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일하게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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