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보고 탈북한 소녀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글·사진 jobsN 오종찬

    입력 : 2019.09.09 09:19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온 탈북자 숫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탈북하는 나이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일부 통계를 보면 최근 탈북자 약 40%가 10~20대다. 젊은 청년들은 탈북 동기나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정착하는 방법이 이전 세대 탈북자들과는 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19살 때 북한 압록강을 건너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온 강나라(23)씨 이야기를 썼다. 북한에서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보고 탈북을 결심한 그는 현재 한국에서 방송출연, 유튜브 채널운영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jobsN

    - 어린 나이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들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장마당에서 USB를 통해 몰래 사다 본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보면서 자유가 저런 거구나 생각하게 됐죠. 저는 북한에서 무역으로 유명한 청진에서 살았어요. 아버지는 외화벌이를 하셨고, 저는 예술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사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었어요. 자유가 없었거든요. 예술 학교를 다니면서도 화장은 상상할 수 없었어요. 눈 화장을 몰래 하고 다니다 걸리면 마스카라를 뜯기기 일쑤였으니까요. 머리는 귀밑 1센티, 옷은 대복이라고 불리는 대학생 교복을 입고 지급되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다녔어요.

    자유가 없으니 숨이 막히는 것 같았죠.  김정은 위원장으로 정권이 바뀐 다음에 TV에서 모란봉 악단이 팝송을 연주한 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비사회주의문화에 휘둘리지 말라는 방침과 규제는 더 강해지더군요.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영상에서 봤던 자유가 더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다큐멘터리영화 <우리를갈라놓은것들> 촬영중. / 본인제공

    - 어떤 한국 드라마가 인상적이었는지.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가 ‘꽃보다 남자’였어요. 부잣집 도련님과 평범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에는 저렇게 예쁜 교복도 있구나, 저런 집에 살 수도 있구나, 저런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의 부작용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실제 현실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하하.”

    - 탈북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4년 전만 해도 브로커에게 1000만원 이상의 돈을 줘야 탈북할 수 있었어요. 북한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돈이에요. 다행히 중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몇 년 전에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해 있었던 엄마의 도움으로 돈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브로커를 따라 추운 겨울에 압록강을 건너서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에 왔습니다.”

    -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
    “처음 한국에 와서 하나원이란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지원금 400만원을 받았어요. 매달 100만 원씩 4달에 걸쳐 나눠서 지급합니다. 사기를 당해 돈을 날리는 사람이 많아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저는 미리 한국에 와 있던 엄마 덕분에 머물 곳이 있었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불판을 닦고 불 갈아주는 일을 했는데, 그때 돈 버는 게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매달 엄마에게 용돈 10만 원씩 받고, 나머지 필요한 돈은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어 썼어요.”

    서울예술대학교 학생증을 들고. / 본인제공

    - 한국에 와서 무엇을 하고 싶었나.
    “한국에서 무얼 배우기 위해 제일 처음 다녔던 곳이 패션디자인 학원이었어요. 한국 사람들이 옷도 예쁘게 입는 것 같고, 가게마다 저렴하면서도 멋진 옷들이 너무나 많은 거예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었기에 옷을 만드는 재단사가 되고 싶었어요. 패션디자인 학원에서 옷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1년 정도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에서 방송 출연 요청이 들어왔어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곳에 한 번 출연하고 나니까 여러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입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미래를 위해 적금을 들어서 벌고 있는 돈을 꾸준히 저축하고 있어요.”

    -  2년 전에는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방송으로 진로를 정한것인지.
    “방송 일을 하다 보니 관련된 직업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공부도 해보고 싶었구요. 그래서 서울예술대학교 연기학과에 지원해 합격 했습니다. 이후로 학교를 다니면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방송 쪽 일은 하면 할수록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예인을 꿈꾸는 재능 있는 지망생들이 많고, 방송에서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북한이라는 이미지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방송은 저를 개발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집에서유튜브촬영하는모습. / 본인제공

    -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북한 이야기를 주제로 ‘놀새나라TV’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방송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한이 있습니다. 유튜브라는 1인 미디어를 통해서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북한에서 유행하는 화장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북한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그리고 제 시각으로 보는 한국의 모습 등을 유튜브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구독자 수는 만명 정도입니다.  유튜브로 돈을 버는 수준은 아니에요. 저를 알아 보시는 분들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에피소드는.
    “제가 운전을 하다가 페라리 차량과 접촉사고 났었던 이야기였어요. 흔히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거죠. 제 차가 아반떼인데 페라리를 살짝 박은 거예요. 크게 당황하고 있었는데, 상대 차주께서 크게 문제 삼지 않으셨고 범퍼에 미세한 흠집만 생겨서 다행히 보험 처리하고 잘 넘어갔어요. 이 에피소드에 대한 반응이 제일 폭발적이었어요. 제 첫 포스팅이기도 했고요.”

    - 한국에서 살아보니 북한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었나.
    “한국에서는 무언가를 꿈꾸고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북한은 그런 기회가 없어요. 출신 성분이 좋거나 뒷돈을 써야 기회를 잡을 수 있거든요. 한국은 기회가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생기는 거니까요.”

    방송녹화중. / 본인제공

    - 취미가 있다면.
    “북한에서 예술 학교를 다닌 영향도 있고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해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옷이나 패션 용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취미 중 하나입니다.”

    - 꿈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한 번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상상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패션 분야에서 직접 기획하고 예쁜 옷을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은 꿈을 마음 한구석에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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